“2025년까지 하고 싶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이날 분위기가 진담과 농담이 오가는 편한 자리였던 만큼 해당 발언은 이 장관의 깊은 속내로 보기에는 힘들다. 사실 장관의 임기는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당시 참석자들이 덕담 차원에서 ‘2025년’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이 장관 역시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던진 한마디에 가깝다.
주목할 점은 ‘2025년’의 의미다. 취임 1년간 펼친 교육개혁의 결과가 도래하는 연도이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취임 후 유보통합, 늘봄학교,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도입, 글로컬대학 도입 등을 중장기 계획으로 세워 발표했다. 이전 정권에서 추진한 고교학점제도 2025년에 전면 도입된다.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도 발표한 상황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안에 확정할 예정이다.
유·초·중등·대학 전 영역을 아우르는 데다 각각이 매우 다루기 까다로운 이슈들이다.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교육 체계 구축, 지역 교육 발전 등 국가 비전까지 관여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이긴 하다. 그러나 일부 정책과 사업에 대해서는 ‘필수’임을 앞세워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출발점부터 한계를 보이는 사업도 눈에 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경우 아직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을뿐더러 그 어디서도 검증된 바가 없는데 굳이 이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K-대학’의 세계화를 표방하고 나선 글로컬대학에 대해서는 13일 본지정 발표 당시 지나치게 국·공립대에 치중한 부분이나, 5년간 1000억 원 지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RISE 역시 일반대와 전문대,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차별 등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국립대 사무국장 제도 혁신,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사교육 카르텔 근절, 교권보호 대책 등 내외부적으로 진통을 겪은 뒤에야 마련된 ‘자의 반 타의 반’ 개혁은 이 장관의 리더십 발휘에 아쉬움을 드러낸 대목이다.
정책과 사업 대부분은 방향성을 올바르게 잡고 큰 무리 없이 진행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당수의 정책과 사업이 단기간만 놓고 보기에는 아직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정책들도 있어 교육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점도 따르고 있다. 다만 잇따른 잡음으로 이마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일부 성급한 결정이나 실수가 있긴 하나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된 정책마저 음모론식으로 치부되고 공격받는 부분은 아쉽다”며 “교원 정서에 동떨어진 평가를 받는 정책도 있는 만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잘 짚고 가야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