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는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가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당초 제도 도입과 관련해 그동안 교사가 학교폭력업무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와 갈등을 빚거나 악성민원, 협박 등에 노출돼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제도가 졸속으로 운영될 경우 교사가 다시 학교폭력조사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학폭조사관일 될 수 있는 자격자 중 ‘학교폭력예방 및 청소년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인정한 자’에 해석상 현직 교원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 운영 상 학폭전담조사관 모집이 안되거나 공백이 생길 경우 현직 교원을 배정하게 된다면 제도 본래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모법인 학폭예방법의 규정에서도 학폭 조사업무에서 교사의 역할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 학교폭력예방법 14조에는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 사태를 인지한 경우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가·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등 교사는 “학폭사안에 대해 전담조사관의 조사가 부실하거나 미비한 점이 있을 경우 담임교사나 학폭책임교사가 보강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담조사관제는 유명무실해지고 결국 기존 방식대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폭전담조사관의 공정성이나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행령에서 교육감이 학폭전담조사관을 임명하거나 위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는 위촉직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정액으로 급여가 지급되는 방식이 아닌 사안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도에서는 모집기간 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해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학폭전담조사관제 시행으로 일선 학교 교사의 학폭업무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행과정에서 전담조사관의 활동이 미비하거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담임 교사나 학폭 책임교사가 그 부담을 그대로 안게될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현직 교원이 조사업무에세 완전히 배제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