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업무 힘들어도 보람 … 학폭 없는 교실 만들고 싶어”

2024.02.06 10:30:00

서울강서경찰서SPO 정용근 팀장·조대진 반장

 

올 1학기부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교사를 대신해 학교 안팎의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한다. 학생 선도와 학교폭력예방 활동을 맡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SPO) 규모도 10%가량 늘어난다. SPO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돕는 수준까지 업무가 확대된다.

 

SPO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예방과 교사 업무부담 경감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새교육>은 서울강서경찰서 소속 SPO 정용근 팀장(사진 오른쪽)과 조대진 반장(사진 왼쪽)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서경찰서, SPO 1명이 학생 1만여 명 담당
정용근 팀장은 경찰 경력 32년 베테랑 형사. SPO를 9년째 맡고 있다.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대진 반장은 SPO 경력 2년 차다. 현재 강서경찰서에 배치된 SPO는 5명, 각 1명당 17개 초·중등학교 9,500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117 신고업무처리부터 학폭 발생 시 현장출동, 위기청소년 선도, 청소년 장학금 지원, 우범송치 등을 비롯하여 각급학교에서 운영하는 성고충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위원회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청소년 도박과 마약 업무까지 맡게 됐다. 이들도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학폭 사건 처리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기 일쑤, 걸핏하면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경찰 신분이다 보니 욕설까지는 듣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진이 빠진다. 사건 처리도 끝이 없다. 가해자를 송치하면 끝난 게 아니라 그때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가해자 면담과 선도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고된 업무 탓에 1년도 안 돼 타 부서로 떠나버리는 SPO도 제법 있다고 한다.


“우리의 가장 주된 업무는 학교폭력예방이죠. 그러려면 학생들과 자주 만나 고민도 들어주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데 117 신고처리에도 허덕일 만큼 일손이 달리니 안타깝습니다.” 정 팀장은 “갈수록 학폭 연령대가 낮아지고 사이버폭력 등 진화를 거듭하는 데다 학교나 가정에서 통제할 수 없는 문제학생도 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나 SPO 역할이 힘들다”라고 했다.

 

하지만 내 자식 일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는 또 “비행이 심각한 학생들의 경우 우범송치제를 적극 활용,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범송치란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법령에 저촉될 행동을 할 우려가 높은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을 경찰서장이 직접 소년보호시설에 위탁하거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제도다.

 

정 팀장은 “소년분류심사원에 다녀온 학생들이 마음 고쳐먹고 착실하게 변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면서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 등에서 우범송치제도는 재범 발생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학폭 전담조사관 도움 될 것 … 처우개선은 과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고 사건 처리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실 학폭 사안 조사는 교사들에게 가장 힘은 업무 중 하나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그런 점에서 조사관제 도입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조사관이 교육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해 어린 학생을 범죄자 다루듯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대해서는 연수 등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인건비 등 처우에 소홀할 경우 지원자 부족으로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 팀장은 “밥상머리교육도 제대로 안 된 학생들에게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이 무장해제 상태에 놓이게 됐다”며 “조사관 도입을 계기로 교사들이 업무부담을 덜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교사들 학폭 대응 소극적” 아쉬워
베테랑 SPO지만 학폭 사건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교사와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땐 힘들다고 토로한다. 교실이나 복도에 CCTV가 없어 가·피해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럴 때면 꼭 필요한 것이 목격자 진술인데 교사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어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찰이 범죄혐의 따지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교사가 나서 목격자 증언을 확보해 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 민원을 우려, 교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증거불충분 등으로 가해학생이 처벌을 피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한다. 정 팀장은 “가해학생이 뻔히 보이는데도 증거 부족으로 ‘조치 없음’ 결정이 나왔을 때 피해학생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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