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무대 위 보통 사람들

2024.02.26 09:00:07

역사적 사건, 갈등, 죽음, 전쟁, 안락사… 어쩐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를 직접 대면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라면,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된다. 묵직한 화두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울림을 남기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연극 <그때도 오늘>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과거 속에 존재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2인극이다. 작품은 1920년대 경성, 1940년대 제주도, 1980년대 부산, 가까운 미래의 군부대까지 네 곳의 시간과 장소를 오간다. 앞선 세 장소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 속에 살고 있었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주제소에서 독립군의 심부름꾼으로 역할을 하다 붙잡혀 온 두 청년, 4·3 사건을 맞이하게 된 동네 친구, 술주정 하다 유치장에 갇힌 월남전 참전 용사와 시위하다 붙잡혀 온 대학생.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진 두 인물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또 관객을 이해시킨다.

 

공연은 이내 시대를 특정할 수 없는 2020년대의 어느 가까운 미래로 향한다. 최전방 부대에서 함께 보초를 서는 친구 은규와 문석은 대화를 나누다 문득 하나의 질문을 마주한다. '우리는 왜 싸우는 걸까?' 이들은 전쟁 자체와 세상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다툼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싸움이 없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상상을 펼친다. 그러나 이내 장교의 무전이 들려오고, 공상과는 정반대의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연극 <그때도 오늘>은 역사 속 독립, 평화,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꿨던 이들의 바람을 현재형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은 각자 다른 시간과 공간 속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이야기를 '오늘'에 닿도록 전한다.

 

이번 작품에는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배우 이희준, 차용학, 오의식, 박은석, 양경원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다양한 지역 사투리의 말맛을 살린 연기로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3월 15일~5월 26일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2관

 

연극 <비Bea>

 

28살의 '비(Bea)'는 8년 동안 침대에 갇혀 생활하는 신세다.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지만 만성적 체력 저하 증상으로,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대로 말할 수도 없기 때문. 그러나 내면만큼은 또래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 밝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의 마음이다.

 

엄마 캐서린은 그런 딸을 위해 동성애자 레이를 간병인으로 고용한다. 레이는 세심한 성격과 탁월한 공감 능력 덕분에, 다른 사람과 소통이 어려운 비의 말을 누구보다 잘 알아듣는다. 비는 그런 레이가 맘에 들고,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자유와 행복을 위한 계획을 엄마에게 전하기로 하는 것.

 

연극 <비Bea>는 '안락사'라는 문제적 소재를 평범한 일상에 담아냄으로써 존엄한 행복과 자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소재와 달리 작품은 무겁지만은 않다. 존엄, 죽음, 공감 등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밝고 경쾌하게 풀어내 웃음과 눈물을 함께 전한다. 이를 통해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2019년 공연된 이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며 많은 변화를 거쳤다. 이번 시즌은 원작의 메시지는 유지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시선으로의 접근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세 명의 인물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거대한 회색 벽체와 틈새의 이끼를 통해 비의 감옥 같은 답답한 현실과 고통을 상징한다. 공연 내내 세 명의 인물을 압박하던 거대한 벽체가 사라지면서 진정한 자유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남긴다.

 

2월 17일~3월 24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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