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9년 초·중등 교육경력을 바탕으로 제2인생으로 포크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안성시 서운면 주민자치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정기모임에서 위원 22명을 대상으로 포크댄스를 1시간 지도했다. 여기서 장향자 위원장(65)을 처음 만났다. 대화를 나누니 그는 건강 증진, 사회성 증대 등의 포크댄스 교육적 가치를 꿰고 있었다.
장 위원장은 “주민자치활동을 하는데 위원들 간에 소통이 안 되고 낯설어하는 모습에서 연초 친교와 화합을 위해 포크댄스를 한다면 금방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강사님을 초빙했다”며 “댄스를 처음 접했던 분들이 많았는데도 위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마도 새로운 춤의 세계를 느낀듯 싶다. 연말 송년회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성시의원 추천으로 서운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10년간 사무장으로 활동하다가 작년 위원들의 추대로 위원장이 되었다. 여성 위원장이 되어서인지 아직까지도 낯설고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지만 1년 동안 활동하면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는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5만 여 평의 논농사를 짓는 농부의 아내다. 가수로서 정식앨범도 냈다. 타이틀 곡은 ‘그리운 고향’ ‘여보게 이 친구야’(송운선 작곡)이다. 또 노래교실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진짜 본업은 농부의 부인이고 노래강사는 부업, 주민자치위원장은 명예 봉사직이라고 말한다. 농부로서 가장 바쁜 5월 모내기철과 10월 추수철에는 농사에만 전념한다.
안성시 서운면은 경기도 최남단에 위치, 1901년 대한민국 포도 최초 재배지이자 세계적 문화유산인 남사당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가 태어난 고장이다. 그는 작년 경기도 주민자치 제안사업에서 서운면이 안성시 대표로 출전, ‘내 손으로 우리 동네를 바꿀 기회’로 경기도지사로부터 장려상(부상 1300만 원)을 받았다. 매년 서운면 포도축제와 함께 주민자치발표회를 하면서 점점 고령화로 문화생활을 접하기 어려운 농촌지역 주민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아 드리고 있다.
현재 서운면주민센터에서는 건강, 취미생활, 평생학습 차원에서 요가, 체조, 라인댄스, 줌바댄스, 탁구, 골프교실, 밴드 등 유료 문화교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주민들 시간대와 맞지 않고 교통이 불편하여 저녁 프로그램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제2인생은 60대부터다. 이 때에는 인생을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나'를 찾는 시간으로 삶을 즐기면서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갈 때 행복은 찾아온다”라며 우리가 통상 말하는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강조한다. 농촌에 살다 보니 여가생활을 즐길 줄도 모르고 죽도록 일만 하는 사람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농촌의 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하니 “60대부터는 일의 중독에서 벗어나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배움을 즐기고 봉사하는 삶으로 보람을 느끼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중년의 바람직한 놀이문화는 “60세까지 열심히 일한 신중년은 누구나 '명예의 전당'에서 함께 어울려 춤, 노래, 여행, 각종 스포츠, 등산, 낚시, 축제, 음악감상, 악기연주, 이성 교제 등 건전하게 노는 것을 배우고 즐겨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는 “농촌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깨어있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여가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노는 것을 배워야 한다. 슬기로운 노인생활을 익혀야 한다”고 한다. 이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거 베풀고 내가 배운 거 남에게 전해 주고 이웃의 손도 잡아주는 배움과 나눔이 있는 인생학교인 ‘명예의 전당’을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장 위원장은 단국대 평생교육원과 새마을대학(SMU) 수료자다. 음악치료사로서 음악심리상담전문가 자격증(2급), 가요전문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다. 얼마 전에는 성교육전문코칭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 왔던 노래강사 활동은 올해로 마무리 짓고 그동안 준비해 왔던 인성교육 강사로서 학생교육과 학부모교육 등 농촌에서의 노후생활 리더로 새출발을 다짐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