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파격의 즐거움

2024.03.25 09:00:37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서양 고전을 우리 전통 소리로 풀어낸다. 이처럼 시대와 장소의 경계를 가뿐히 뛰어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객석과 무대의 구분을 없애는 파격을 선사하는 이머시브 뮤지컬이다.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참여형 작품을 뜻한다. 이전에도 배우가 공연 중 객석에 질문을 던지는 등의 시도는 있었지만, 이러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관객이 전적으로 극의 일부를 이루는 극이 이머시브 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레이트 코멧>은 초연부터 혁신적인 연출로 주목받았다. 극장 전체를 러시아의 펍으로 변신시키며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앤 것. 이러한 시도는 한국 공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극장의 객석 공간에 무대를 설치하고, 무대 위에 객석을 설치한 것. 특히 공연이 오르는 유니버설아트센터의 붉은색 인테리어는 작품의 무대가 되는 1812년 모스크바의 오페라 극장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데려간다.

 

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톨스토이의 소설 중에서도 역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치열한 전쟁과 평화로운 삶을 오가는 인물들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를 오가는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작품은 방대한 원작 중에서 등을 치밀한 묘사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인 데이브 말로이는 이 중에서 2권 5장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작품은 배우와 연주자의 경계도 허문다. 주인공을 비롯해 대부분 배우가 연기와 악기 연주를 동시에 소화한다. 이들은 함께 연기하고, 함께 연주하며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과 호흡해 생동감을 더한다.

 

3월 26일~ 6월 16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창극 <리어>

 

창극 <리어>는 서양 고전과 우리 전통의 경계를 허문 작품이다. 공연은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을 원작으로 한다. 이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처절하고 참담한 이야기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딸들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는 리어왕, 마찬가지로 둘째 아들에게 배신당하는 글로스터 백작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집과 우매함이 불러오는 증오와 광기, 파국을 그린다.

 

‘리어왕’은 발표된 이래 수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며 연극·영화·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왔다. 그러나 창극 <리어>는 사뭇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극작가 배삼식은 원작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 세상은 어질지 않다)’이라는 노자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시간이라는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결말에 이르러 파멸하는 리어의 모습은 끝없는 욕심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인간의 비극은 물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태섭 디자이너는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웠다. 수면의 높낮이와 물의 흐름으로 캐릭터들의 내면을 표현한 것. 잔잔하고 고요한 수면은 인물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추고, 사건이 휘몰아치고 내면이 휘청거릴 때는 태풍 한 가운데의 바다처럼 출렁거린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물의 속성을 활용한 무대에서 배우들은 15cm 높이의 물을 헤치며 걷거나 뛰고, 넘어져 허우적거린다.

 

작품의 음악은 작창가 한승석과 작곡가 정재일이 완성했다.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은 한승석은 작품의 비극적인 정서를 무게감 있는 판소리 음악어법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또, 합창 형태의 ‘판소리 코러스’를 통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징어게임’의 음악감독으로도 친숙한 정재일은 작품을 관통하는 물의 이미지를 소리로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우리 전통악기 편경, 편종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민속악기 가멜란 등을 활용했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왕과 그의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맡아 농익은 소리와 연기를 선보인다.

 

3월 29일~4월 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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