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편에 감춰두었던 비밀을 무대 위에 당당하게 풀어놓는 두 작품을 소개한다. 엄마이자 여성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뮤지컬 <메노포즈>
몇 년 전부터 ‘폐경’을 ‘완경’으로 바꾸어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폐경이 아니라, 월경을 완주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임에도 쉬쉬했던 폐경, 아니 완경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앞서 완경을 당당하게 노래한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메노포즈>다. 작품은 완경을 맞이한 네 명의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전형적인 현모양처로 살아왔으나 호르몬의 이상으로 우울을 겪고 있는 주부,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지는 건망증과 외로움에 괴로워하는 전문직 여성, 과거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며 자기관리에 몰두하는 연예인, 농장을 운영하며 건강한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사는 주부. 이렇듯 각기 다른 네 명의 여성은 우연히 백화점 속옷 세일 코너에서 마주친다. 속옷 하나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던 이들은 어느새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다 공통점을 발견한다. 바로 완경을 맞이했다는 것.
기억력 감퇴, 발열, 홍조, 오한, 성형수술, 호르몬, 성욕 감퇴·증가…. 완경기에 겪는 고통에 대해 털어놓던 이들은 이내 서로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완경이 꼭 인생의 한 페이지가 막을 내리는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작품은 이렇듯 신체적·심리적 변화로 인해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작품인 만큼, 2001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미국 450개 이상의 도시와 전 세계 15개국에서 공연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Only you’, ‘YMCA’, ‘Stayin’ Alive’ 등 1960~1980년대 신드롬을 일으켰던 팝송을 통해 흥겨움을 전하고, 재치 있는 개사로 웃음을 선사한다. 친숙한 멜로디로 전하는 가사는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걱정 없어. 나 할 수 있어. 친구들과 함께라면. 난 다시 태어났어!”
<메노포즈>는 2018년 이후 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배우 문희경, 방송인 조혜련, 신봉선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유쾌한 에너지를 전하는 여성 엔터테이너들의 참여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6월 13일~ 8월 25일
한전아트센터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연 없는 집은 없다’는 말이 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 등장하는 ‘굿맨 패밀리’의 집 또한 그렇다. 과거의 상처로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 그런 엄마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아빠 댄, 그리고 아들 게이브.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은 호전되지 않는 여러 상황으로 인해 저마다 한계에 다다르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서로의 상처를 진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며 위태로웠던 가족은 희미한 빛을 발견한다.
작품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와 그의 병이 온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흔히 볼 수 있는 정신질환과 그로 인한 개인의 고통, 가족 간의 갈등은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자아낸다. 또한 아픔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는 가족들의 모습은 가슴 속에 오랜 울림을 전한다.
<넥스트 투 노멀>의 무대는 주제를 더욱 강조한다. 3층 철제 구조물로 이루어진 굿맨 패밀리 집은 단절을 암시한다.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을 한눈에 보여준다. 다채로운 조명은 장면마다 캐릭터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해 인물들을 보다 깊이 있게 표현해 준다.
작품은 극작가 겸 작사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킷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으로 2008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이듬해에는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작진들은 실제 양극성 장애를 앓는 환자와 가족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를 위해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품을 다듬어 왔다.
3월 5일~5월 19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