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2030년 자산 100조 달성, 가장 든든한 노후보장 버팀목 되겠다”

2024.06.04 10:00:00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초등학교조차 입학할 수 없을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동네 어르신에게 한자를 배우던 소년을 딱하게 여긴 마을 구장이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줬다. 총명했던 탓에 월반을 거듭, 5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사리 중학교를 마치고 명문 경남고등학교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었다. 입학을 포기할 처지에 놓였던 그때, 딱하게 여긴 중3 담임선생님이 등록금을 모금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후 소년은 자산 64조 원에 이르는 국내 최고 금융기관의 수장에 올랐다.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이야기다. 


“오늘날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작은 나눔이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인생을 통해 배웠기에 저 역시 베품과 나눔을 실천하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지역구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부의장까지 올랐지만 재산이라곤 울산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일 정도로 청렴하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불우 청소년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야간학교 B.B.S(big brother and sister)에서 7년간 교사생활을 했다. 지금도 당시 제자들이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온다. 정치에 입문해서는 우리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착을 위해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해 사회지도층의 기부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모든 금융기관을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고 수익이 높은 곳이 교직원공제회”라며 “90만 회원들이 믿고 자산을 맡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 이후 반년가량 지났습니다. 소회가 궁금합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영광스러운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 6개월 동안 공제회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했습니다. 국회부의장 및 예결위원장 등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제회가 오랜 시간 지켜온 ‘대한민국 최고의 교직원 평생복지기관’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회원들에게 더 큰 만족과 감동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육기관 전자조달시스템 S2B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되는 「한국교직원공제회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을 끌어낸 것은 큰 성과로 꼽힙니다. 
“S2B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공제회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이사장에 취임하고 업무보고를 받는데 직원들이 가장 갈망하는 사업이더라고요. 하지만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600번대로 접수된 법안이었고, 회기도 끝나갈 무렵이어서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함께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죠. 진심이 통했는지 다행히 지난 1월 9일 「한국교직원공제회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67명에 찬성 264명으로 통과했습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공제회는 중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교육기관들이 조달업무를 수행하는 데 편리성과 투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밥값 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등판하자마자 홈런을 친 셈인데 올해는 어떤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요. 
“크게 보면 세 가지입니다. 먼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회원관리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규 교직원 임용 축소 등 회원 구성에 명확한 변화가 감지됨에 따라 회원사업 부문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디지털·비대면화에 대응하고 양질의 상담서비스를 신속·정확하게 제공해 회원 만족도를 극대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콜센터시스템 고도화와 상담창구 페이퍼리스 시스템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디지털혁신팀을 신설해 디지털역량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급변하는 투자환경 속에서 자산시장의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자산운용부문 조직 확대 및 전문성 향상에도 힘써 90만 회원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습니다.”

 

회원관리 말씀이 나와서 여쭙니다.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공제회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출생으로 학생수가 줄면 선생님이 줄고, 그러면 공제회 회원이 줄게 됩니다. 공제회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입니다.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방안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또 공제회 회원은 물론 직원들의 출산을 장려하는 다양한 복지 모델을 강구하고 있고요. 현재 회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출산축하금 등에 대해서도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습니다.”  


저출생이 위기라면 고령화는 공제회의 책무성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공제회는 90만 교직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마지막 버팀목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회원들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드려야 하죠. 모든 걸 회원 중심에 두고 그들이 공제회를 믿고 자산을 맡길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결산 기준 공제회 자산규모가 64조 원입니다. 2030년엔 100조 기업을 목표로 세워놓았던데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약 5조 늘어난 자산 69조 2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심 초과 달성을 기대하고 있고요. 2030년 자산 100조 원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장기 경영전략체계를 수립해 외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공제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생각입니다.”   

 

공제회가 높은 수익을 올리는 만큼 회원들에게도 많은 이익이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율 인상이나 대여이율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는지요.
“공제회의 가장 대표적인 급여제도인 장기저축급여는 0~3%대의 저율과세로 설계돼 현재 급여율 역시 시중금리를 크게 상회하는 4.60%(연복리)입니다. 장기저축급여 퇴직급여율은 결정체계에 따라 매년 하반기에 조정되는데, 현행보다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퇴직회원을 위한 장기저축급여 분할급여금 급여율은 지난 3월 1일 4.90%로 인상 조정(기존 4.50% 대비+0.40%p)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일반대여이율은 현재 4.99%입니다. 장기저축급여 퇴직급여율 및 시중금리 등을 감안해 책정되고 있는데, 장기저축급여 퇴직급여율 인상 가능성이 있어 대여이율 인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해 예산을 보니 복지예산은 206억 원에 불과하더군요. 9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공제회 몸집에 비하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원들의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건 공제회의 당연한 책무죠. 206억 원은 아마 직접 복지예산을 지칭하는 것 같은 데 호텔 할인 등 간접 복지예산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예컨대 공제회 회원들이 국내여행 갔을 때 유명 호텔에서 할인 혜택을 받는 등 다양한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 회원들에게 인기가 가장 높은 문화라운지 행사 등은 규모를 더 늘려 많은 분이 고품격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교직과 인연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잊지 못할 은사가 계시다면서요.
“어린 시절 너무 가난했습니다. 초등학교도 못 갈 정도였죠. 마을 어른한테 한자를 배우던 중 지금으로 치면 통장 격인 마을 구장이 나서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줬어요. 또래보다 나이가 많아 월반을 해 5년 만에 졸업을 했습니다. 중학교엘 가야 하는데 호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면사무소에 가서 호적 등록도 제가 했죠. 문제는 고등학교였습니다. 부산에 있는 경남고등학교에 합격했는데 입학금 7,350원이 없어 진학을 포기할 처지에 놓였어요, 그때 중 3 담임이시던 이진갑 선생님이 마을 어른들에게 사정을 해 입학금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저는 없었을 겁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스승이시죠. 명절이나 스승의 날이면 찾아뵙곤 했는데 재작년에 작고하셨어요.”

 

대학 시절부터 야학 교사로 활동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기부활동을 계속해온 데는 이 선생님의 가르침 있었기 때문인가요.
“그런 영향이 큽니다. 저는 누구보다 힘든 성장과정을 거쳤고, 선생님과 주위 어른들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받은 만큼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에 대학 시절부터 7년간 불우 청소년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야간학교 B.B.S(big brother and sister)에서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엔 말썽꾸러기들이었는데 이젠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았죠. 지금도 가끔 얼굴을 봅니다. 정치에 입문해서는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해 사회지도층의 기부 확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제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은사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공제회 이사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매너리즘과 개인주의입니다. 이것이 팽배하면 변화와 혁신이 사라지고 공동체를 무너뜨려 버리죠. 우리는 90만 회원들의 믿음과 기대로 성장해 왔고 오늘날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공제회만큼 튼튼한 회사가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습니까. 우리 모두 일심동체가 돼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갔으면 합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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