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를 근거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축소할 경우 교원 감축과 학교운영비 부족, 취약학생 지원 약화 등 학교 현장에 직접적인 충격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I·디지털교육과 특수교육, 돌봄, 학생 맞춤형 지원 등 교육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 만큼 학생 수만으로 교육재정 규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교육청 대강당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시·도교육감과 전문가, 교원·학부모단체 관계자들은 현재 교육청 재정 여건을 점검하고 교부금 개편이 학교와 지역 교육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논의의 출발점은 학생이 줄면 교육에 드는 비용도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가였다. 교육감들은 오히려 학교에 요구되는 기능이 다양해지고 재정의 경직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교부금 불안정과 기금 소진, 필수경비 미편성 문제를 짚으면서 과대·과밀학교와 농산촌 소규모학교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을 강조했다. 여기에 특수교육과 AI·디지털교육,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 새로운 정책 수요까지 더해진 만큼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용식 울산교육감은 이를 학생 한 명에게 필요한 교육의 ‘질적 강도’ 문제로 풀었다. 그는 “학생 수가 줄었다고 교육의 책임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한 교실 안에서도 한글 미해득 학생과 이주배경 학생, 정서·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현실을 들었다. 특히 재정이 줄면 건물 유지비나 교원 인건비보다 학생과 가까운 맞춤형 지원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취약계층의 교육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재정 구조를 보면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조재익 전 서울교육청 기획조정실장은 서울 학생 수가 2021년 83만8837명에서 2025년 75만6698명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학교 수는 1366개교에서 1387개교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교원도 5만7954명에서 6만871명으로 증가했다. 학생은 줄어도 학교와 학급을 유지하고 새로운 교육수요를 감당하는 비용은 그대로 발생한다는 의미다.
학교 현장의 체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은정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대변인은 냉난방과 전기, 인건비 같은 학교 운영비는 학생 수와 관계없이 필요한 ‘고정비용’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교부금이 줄면 줄이기 어려운 필수경비보다 학급운영비와 도서구입비 등 학생 교육활동과 직접 연결된 예산부터 압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후 시설과 취약학생 지원도 문제로 꼽았다. 이 대변인은 전국 초·중·고 학교 건축물 가운데 30년 이상 된 건물이 43%에 달하고, 최근 10년간 다문화학생은 146%, 특수교육대상학생은 36% 증가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예산이 줄면 취약계층 학생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교육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교원단체에서는 재정 축소가 수업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정책본부장은 강원지역 한 고교에서 교원 정원 감축으로 수학과 생명과학, 일본어 교사가 줄어 내년부터 생명과학 과목을 개설하기 어려워진 사례를 소개하며 “학생 수 대비 교사 수라는 논리에 따른 정원 감축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과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정 감소가 과밀학급 해소와 비교과 교사 수급뿐 아니라 교권보호센터 운영과 소송비 지원 등 교권 보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불필요한 시책성 사업은 과감히 정비하고 교육자치의 최종 종착지인 단위학교 예산이 확대되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며 재정 운용의 효율화도 함께 주문했다.
재정 축소가 지역교육에 남긴 후유증은 해외 사례에서도 제시됐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삼위일체 개혁’ 과정에서 국고분 교원인건비 부담이 축소된 뒤 지방 교육재정이 악화되고 정규 교원 감축과 기간제 교원 증가, 농어촌 학교 폐교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원이 풍부한 대도시와 농어촌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방교육자치도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공교육 투자가 줄면 그 부담이 가정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여미애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운영위원장은 “2024년 학생 수는 8만 명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2조1000억원 늘었다”며 “공교육이 감당하지 않는 몫은 결국 학부모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부담하면 모든 학생이 혜택을 받지만 가계가 부담하면 지불할 수 있는 가정의 학생만 혜택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논의는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의 단일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데 모였다. 학생 수와 별개로 학교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가 존재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과 안전·돌봄, 미래교육에 필요한 재정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재정 효율화 역시 현장의 교육여건을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 겸 서울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 문제는 단순히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부금 축소가 아니라 국가가 교육을 어디까지 책임지고 미래세대를 위해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교육재정은 현재 세대가 미래세대를 위해 감당하는 투자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