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교육법학회 연속기고]AI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법제 필요

2024.06.04 10:30:14

22대 국회에 바란다 <4·完>디지털교육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재앙이 될 것인가? 또한 디지털 교육의 도입은 대한민국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가 될 것인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러나 이 질문들에 답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디지털 대전환’ 또는 ‘디지털 심화 시대’에 살고 있다. 관념적인 논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미 진입한 AI 디지털 시대의 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기준에 대해 논의할 때고, 이를 위한 법령 정비에 착수할 때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디지털 교육 관련 법률은 일정 부분 제·개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의 수업일수 및 학점 인정, 원격교육 방식의 수업 운영 및 평가 방법 등에 대한 법률이 제·개정됐다. ‘초·중등교육법’ 제24조(수업 등)는 초·중·고교 원격수업의 법률적 근거다. ‘고등교육법’ 제22조(수업 등)는 대학 원격수업의 법률적 근거이며, ‘대학 등의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훈령’(교육부훈령)의 제정 근거다. 이 법률 조항들은 모두 2020년 10월 20일에 개정됐으며, 코로나19 등의 사유로 인해 원격수업을 실시할 경우에도 수업일수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로 마련됐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높아진 원격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원격교육 시 교육기관의 책무 및 이에 대한 국가 등의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이 제정됐다. 제정 목적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코로나19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속에서 원격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 및 지원하기 위함이다. 다른 하나는 원격교육을 통해 디지털 기반의 교육 혁신을 지원하여 미래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 교육 혁신의 체계적인 지원은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한다.

 

셋째, AI 디지털 교육을 담당할 교원의 역량 강화 등과 이를 뒷받침할 예산 확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5조의3(교부금의 재원 배분 및 특별교부금의 교부에 관한 특례)이 개정됐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내국세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 중 특별교부금의 비율을 3%에서 3.8%로 조정하고, 상향된 비율에 해당되는 특별교부금은 초·중등 교원의 인공지능 기반 교수학습 역량 강화 사업 등에 한정해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24년에 확보된 ‘디지털교육혁신수요 예산’은 5333억 원이며, 이 가운데 3,818억 원이 교원 역량 강화 등에 투입된다.

 

이 법률 개정은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특별교부금 비율을 늘리는 등 지방교육자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AI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을 신속하게 확보한 실용적인 입법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AI 디지털 시대의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제22대 국회는 이에 대해 신속하고 실용적인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부는 이를 체계적·종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주요한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롭게 도래한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당사자의 권리와 책임, 디지털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원칙 등을 법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법령에 규율할 사항은 입법을 추진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약속이나 사회적 협약 등 선언적으로 정할 사항은 규범이나 헌장 등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규범 또는 헌장과 관련하여 과기정통부는 2023년에 ‘디지털 공동번영사회의 가치와 원칙에 관한 헌장’을 제정했으며, 교육부도 가칭 ‘디지털 심화 시대의 교육 규범’ 제정을 준비 중이다.

 

둘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미 진입한 디지털 심화 시대의 교육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AI 디지털 교육에서 교육 격차, 사교육비, 학생의 권리와 책임, 교원의 전문성, 학교와 교육의 디지털 친화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개인정보의 보호, 교육정보의 활용 등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정책 및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AI 디지털 교육에 적합한 학급당 학생 수를 정할 필요가 있으며, 디지털 교육에서의 격차 해소 방안과 사교육비 경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교육혁신수요 예산’을 확보하도록 한 법률 개정의 목적에는 공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교육기본법이 규정한 교육에서의 차별 금지, 교육 여건 격차 최소화, 교육여건 개선 등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려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 현행 ‘인적자원개발 기본법’을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재양성기본법’으로 전부개정하는 입법 방안 등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응하는 전체적인 교육법제 정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제22대 국회에서 AI 디지털 시대의 교육과 교원에 대한 입법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고, 정부가 추진하는 AI디지털교과서 정책 등 디지털 교육혁신도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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