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디지털 교육 규범이 필요한 이유

2024.06.24 09:10:00

현장 교사들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의 혁신 속에서 교육이라는 배를 항해하고 있다. 교수학습, 교육과정, 평가를 포함해 일하는 방식과 관계 맺는 방식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이며 도구적 활용을 넘어 그 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은 AI 활용 담론의 확산과 디지털 리터러시의 남용, 기술 만능주의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계와 우려가 지나치게 확산되는 '인터레그넘' 시대에 있다. 인터레그넘은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지 않은 과도기를 의미하는데,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이 이러한 상태에 있다.

 

개인정보보호, 상업화 등 우려

기술 혁신을 빠르게 교육에 접목시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문제들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간과하기 쉽다. 그래서 AI와 디지털 기술이 교육과 만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상태에서 낙관론이 난무했다. AI 활용과 디지털 전환이 대세가 되면서 교육의 난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교사의 권한 약화, 교육의 상업화,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 등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을 촉진하고, 학생들의 개별적 필요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 활용이 교사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학습담론에 치우친 AI 활용은 교사를 단순히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관리자 역할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이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사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AI의 과도한 의존은 교육 현장에서 인간적 요소를 배제할 위험이 있고,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AI 활용과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교육의 상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AI 기반 교육 플랫폼은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의해 개발되고 운영되는데, 이 과정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해 교육 공공성을 위협할 수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학생들의 개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학생들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용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안전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 보호와 안전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규범 체계가 필요하다. 데이터 보호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권리와 신뢰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윤리적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교육 현장은 학생들의 신뢰를 잃고, 기술 도입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교육혁신 나침반 역할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시장경쟁을 공공성보다 우선시하는 민간기업과의 협력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AI 기술이 교육의 도구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 규범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규범체계는 단순히 법을 통한 규제를 넘어서 규제적 기능과 형성적 기능을 활용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원칙을 세우고, 교사가 교육 활동에서 전문가로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교육 규범 체계는 기술 개발과 활용과정에서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해 AI 기술 활용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줄이고, 기술이 교육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디지털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과 교육의 결합을 통해 교수학습, 평가, 교육행정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규범 체계는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디바이스를 구입하고, AI가 접목된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 현장에 보급하는 단기적인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와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도록 해야 하며,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도구와 기술이 중심이 된 논의를 넘어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중심이 된 실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도 디지털 교육 규범 체계는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은 많은 가능성과 도전을 함께 안고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교육에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교육 규범 체계를 정립하여 기술의 윤리적 사용, 교육의 공공성과 기회의 균등 보장, 데이터 보호와 안전성,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학생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은 이제 새로운 항해를 위한 나침반이 필요하다. 이 나침반을 통해 안전하고 혁신적인 교육의 항로를 찾고, 모든 교사와 학생이 그 항로를 따라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와 디지털 기술은 교육의 도구로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규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규범 체계는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하며, 데이터 보호와 안전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정용주 서울천왕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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