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진학+정주 셋 다 살린다” .. 강원생명과학고

2024.07.04 10:00:00

 

강원생명과학고가 전국 10대 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됐다. 취업과 진학을 보장하면서 지역인재를 길러내는 신(新)직업교육을 선도하게 된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화고가 협약형 학교로 선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 교육계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적으로 평가한다. 이 학교는 교육부로부터 45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역 기업과 연계된 교육을 받고, 지역 내에서 취업과 성장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청-특성화고-지자체-지역 기업 등이 협약을 통해 연합체를 구성하고,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교육을 실현하는 학교이다.


강원생명과학고는 향후 5년간 스마트팜도시농업과, 플라워가드닝과, 반려동물케어과, 카페N디저트과 등 4개 학과의 직무와 연계한 ‘춘천 웰니스 관광농업 정주 인재 육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특성화고 모델을 구축하게 된다. ‘웰니스 관광’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서 여행을 통해 정신적·사회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황중각 교장은 “지역과 산업, 학교가 힘을 모아 직업교육을 혁신하는 협약형 특성화고 모델이 지역을 살리고, 학생들의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선 학생들의 취업문이 활짝 열린다. 지금까지는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에게만 취업이 가능했던 강원지역 리조트·컨트리클럽 등이 기준을 바꿔 강원생명과학고 학생들에게도 취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강원대·한림성심대·송곡대·폴리텍대 등 관련 대학들에 대한 진학 기회도 넓어진다.

 

이들 대학은 학생들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융합교육프로그램도 지원한다. 또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대학교수들이 강의를 하고, 일정 수업시수를 이수하면 학점으로 인정하는 선이수제(AP)를 운영한다. 황 교장은 “취업과 진학의 기회가 확대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이 이뤄지게 돼 지역소멸을 예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강원생명과학고가 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도체나 바이오 등 유망 분야가 많은데 농업 관련 학교에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리 없다는 시각이 많았다. “괜히 헛고생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황 교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반드시 선정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감의 근거는 단 하나. 강원생명과학고가 추진해 온 교육과정 및 학과개편과 지역사회의 협업이 교육부가 제시한 요건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협약형 특성화고를 선정하면서 지역에서 필요한 산업과 교육의 융합을 촉진하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마련하고 있는지, 그리고 학생의 진로설계 보장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를 예측이라도 한 듯 강원생명과학고는 지난 2023년부터 학과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새로운 유망 직종에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단행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비결은 이뿐 아니다. 황 교장과 취업부장 하수희 교사 등 협약형 특성화고 준비팀의 열정 또한 큰 몫을 했다. 지자체·교육청·기업체 등 관련 기관 간 협약이 핵심이다 보니 각각의 요구와 이해를 조율하고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도교육청·시청·기업체들과 면담일정 하나 맞추는 데에도 많은 품과 시간을 요구했다.

 

실무를 책임진 하 교사는 주말과 휴일도 잊고 밤낮없이 매달렸다. 교육부에 제출할 공모 계획서 뜯어고치기를 수십 차례. 그리고 지난 5월 교육부로부터 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됐다는 전달을 받았을 때 환호와 울음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하 교사는 “두 번 다시는 못 할 일”이라며 “너무 힘들어 남몰래 눈물 흘린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협약형 특성화고 공모에 신청했다가 추진과정에서 지쳐 포기한 학교들이 속출했다는 후문이다.


강원생명과학고가 가진 첨단교육시설 역시 교육부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원도 유일의 반려동물케어과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반려동물 미용실이 설치돼 있다. 플라워가드닝과의 화훼 장식실은 전문대 이상으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스마트팜도시농업과에는 스마트팜 벤로실이 갖춰져 국내는 물론 멀리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견학 올 정도다.

 

한때 강원생명과학고는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교명을 소양고에서 강원생명과학고로 변경하고, 학과개편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해 신입생 모집에서 68명 모집에 101명이 지원, 149%의 성과를 거뒀다. 황 교장은 올해 200%를 넘는 높은 지원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협약형 특성화고 선정과 함께 ‘ACE 교육’으로 대표되는 강원생명과학고만의 독특한 교육활동에 따른 것이다. ACE 교육은 이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예술·영어·국외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영어 머리글자를 모은 것이다. 먼저 A(aesthetic)는 1인 1악기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기타·오보에 등 10개 정도의 악기 중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선택해 방과후에 악기를 다루는 수업을 하는 예술함양교육이다.

 

C(communication)는 영어연극이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영어로 연극하는 공연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실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E(experience)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심어주고자 전액 무상으로 실시되는 국외체험활동이다.

 

 

강원생명과학고 학생들은 지난 2023년에 일본 도쿄에서 국외체험활동을 했고, 올해는 싱가포르로 떠난다.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ACE 프로그램 덕에 강원생명과학고는 학교폭력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선도위원회를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황 교장은 “강원생명과학고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학교”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춘천 체류형 관광 및 관광농업 문화를 선도하는 동시에 춘천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선도 특성화고가 되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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