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이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민도(民度) 등을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아직 후진국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생활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주제로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6차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비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기조강연을 맡은 이 전 장관은 “우리나라 최고령 층은 약소국으로 평가받던 나라에 태어나 지금 선진국에서 살고 있다”며 “교육열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민주주의의 이해와 실천의 습관에 있어서 우리 사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상태에 있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민주적 관심을 진작시키는 데 있어서 교육 부문이 다시 선두에, 그리고 중심에 서야 할 상황에 있다”면서 “이 일을 게을리하면 발전은 머물고 (경제적) 후진국의 대열에 우리는 다시 합류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적 사회에서는 민도에 따라 극한 대립, 혼란스러운 분쟁, 폭력적 갈등이 지속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분석이다.
이 전 장관은 대안으로 생활 민주주의 교육을 내세웠다.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의 개념과 과제들을 실천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현직 교육자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더욱 공부하고 가르치고 본을 보이는 생활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실천 과제로 ▲불온한 세력의 작용으로 인해 인격의 성장 피해 희생 방지 및 보호 ▲문제해결 시 과학·합리적 근거 의존 ▲이해·배려·양보 바탕 대화와 협의 해결 ▲정의로운 규칙의 공정한 적용 등을 들었다.
그는 지난 2000년 8월 31일부터 2001년 1월 28일까지 제42대 교육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인구의 양적인 변화와 특징을 고려한 ‘새 교육 생태계’ 마련을 주장했다. 김도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 학교 운영의 민주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학교 통폐합,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교육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김무환 포항공대 명예교수는 입학 정원 확보가 어려운 대학에 폐교보다는 자율적 통합 및 공동 운영 등 구조 조정 유도 등을 제시했다.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지식기반사회 교육열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듯이, 국가가 처한 위기 상황에서 다시 한번 교육의 힘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공동체적 가치가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