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교실] 도대체 뭐가 고마운가요?

2024.07.15 09:00:26

“하나도 안 고마운데, 도대체 뭘 고마워하라고요?”

 

“학생들의 사소한 다툼이나, 고자질 같은 것을 할 때, 숙제를 안 해왔을 때 정도는 ‘고마워’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은 안 고맙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부정성을 끊임없이 뿌리는 아이,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들,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고맙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이런 학생들에게 ‘고마워’를 100번 이상 말하라고 하니 고마워할 것이 없다는 선생님들의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고마워교실’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고마워 샤워’는 교사가 ‘고마워’를 100번 이상 말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샤워처럼 몸에 젖어 들 수 있도록 ‘고마워’를 많이 들려주라는 의미입니다.

 

왜 ‘고마워’라고 말해야 할까?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친구랑 잡담하고 소란스럽게 하는 아이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하는 무기력한 아이들, 수업 태도가 불량한 아이들로 인해 수업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던 경험을 선생님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러한 학생들이 더 많이 증가하고 있고, ‘품성 장애’라고 여겨지는 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바로 앉아라.”

“책을 펴서 봐야지.”

“친구랑 이야기하지 말고 지금은 실험할 시간이야.”

 

이런 말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모자랄 시간에 ‘고마워’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시적인 표현은 교사가 친절하게 전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기분이 나빠졌다고 토라지고, 시무룩하게 수업에 참여하고, 또 어떤 경우는 더욱 반항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발동하기 때문에 교실에는 부정적 에너지가 강해지고 넘쳐나게 됩니다. 이러한 부정성은 선생님의 마음도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학생들에게 행동 수정을 요청하시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애정이 있는 분들입니다. 가르쳐서 교정해보려고 노력하시는 겁니다. 하지만 이럴 때 지시어 대신 ‘고마워’라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바른 자세로 앉으라는 지시하는 표현 대신에 학생의 눈을 바라보고 “고마워”라고 한마디만 해보세요. 놀랍게도 학생들이 수업할 준비를 합니다. 책상에 앉고 책을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 수업할 준비하라는 요구 없이도 단어 하나로 학생 스스로 움직이게 하며 교실도 덩달아 긍정에너지가 감돕니다.

 

선생님의 ‘고마워’는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으로 움직이게 도와주는 단어입니다. 학생 행동의 결과에 대해 교사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마워’는 굉장히 높은 긍정에너지의 값으로 교실이 긍정적 에너지로 넘쳐나게 도와줍니다.

 

고마워 교실의 ‘고마워’는 학생들이 책상에 바로 앉았기 때문에, 숙제를 해왔기 때문에, 심부름을 해줬기 때문에 고마운 것이 아닙니다. ‘고마워’에는 타인에 대한 존재 인정과 이미 나에게 도움을 준 존재라는 결괏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마워’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고마움’인 것입니다. 교실은 행복한 배움으로 가득 차야 하는 공간입니다. 모든 학생이 somebody로서,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을 때 행복한 배움이 시작됩니다.

 

하루 100번의 알아차림

 

하루에 우리는 ‘고마워’라는 말을 얼마나 할까요? 많이 말하는 것은 좋은데 100번은 너무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고 적음은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잖아요. 5번을 기준으로 하면 10번은 많은 것이지만 기준이 100번이라고 바뀌면 엄청 작은 값입니다. 100번이라는 수치가 기준이라면 선생님들이 ‘고마워’를 많이 말하는지 안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고마워 샤워’ 100번은 교사 스스로 ‘알아차림’의 순간을 만들어주고 알아차림은 배움으로 에너지를 전환합니다. 오늘도 우리 함께 말해볼까요?

 

“고마워, 고마워.”

양경윤 전안초 수석교사·‘고마워교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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