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대학생들이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6월 다카 고등법원의 자녀 할당제 부활 결정에 반발하며 1개월 가까이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다 잠정 중단했던 대학생들이 정부의 지도부 석방 등 요구 불응에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최근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학생단체 ‘차별에 반대하는 대학생들’(SAD)은 10일 정도 중단했던 시위를 전국적으로 재개했다. 하지만 참가자 규모는 직전 시위에 비하면 매우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 외곽에서 열린 한 시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곤봉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대학생 20여 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SAD 측은 성명을 내고 모든 방글라데시 시민의 시위 동참을 요구했다. SAD를 주축으로 한 대학생들은 지난 6월 다카 고등법원이 2018년 당시 대학생 시위로 정부가 폐지했던 공직 할당제를 부활하는 결정에 반대 시위를 시작한 바 있다. 이어진 대법원의 고법 결정 유지에 시위는 격화됐다.
폭력까지 동원되면서 다수의 사상자 발생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통행금지령 발령, 군병력 배치, 인터넷 차단 등 조처를 내렸다. 정부 측 사상자 발표는 나오지 않았으나 AFP통신은 자체 집계를 통해 일부 경찰관 포함 2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시위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1만 명 가까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법원이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전체 공직의 93%는 기존처럼 능력에 따라 배분하고 5%만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원안인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 대상 공직 30% 부여’에 비해 후퇴한 방안이지만 결국 수용했다.
시위대 측은 공직 할당 자체를 전면 반대하면서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간)까지 시위 재개 기한을 두고 SAD 지도부 석방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공식 사과, 관련 부처 장관 해임, 대학교 휴교령 해제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재 군병력은 도시 지역에 여전히 배치됐고 전국적인 통금령도 여전하다. 다만 통금령은 완화돼 공장과 사무실의 업무 재개 등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11일 만에 휴대전화 인터넷망도 복원됐다.
이런 가운데 폭력적 방법의 시위 진압에 대해 유엔(UN)이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대규모 체포뿐 아니라 보안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