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의 대전환, 질문에서 답을 찾자

2024.08.22 14:12:11

질문으로 얻은 지식은 기본, 삶의 지평 넓혀야
기초, 기본 지식 철저히 암기
무조건 '암기는 나쁘다'고 강변하는 것도 나쁘다
'금수회의록'이 무슨 뜻?
좋은 사전이 필수

오랫동안 지능과 창의력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시대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의 지능과 창의력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교육기관은 교육의 방향은 물론 지금까지의 교육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교육계보다 산업계가 더 빨리 이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에서조차도 교수의 강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고 달달 외워야만 좋은 학점을 받기에 바쁘단다. 이러기에 학교의 수업 문화는 쉽게 바뀌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항상 평가가 목표를 제어하고 있는 것이 교육의 문제점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어려서부터 문제풀이에 익숙한 우리나라 학생들이기에 중, 고를 거쳐 대학에 들어와서도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은 크게 의심할 바 아니다. 그러나 수용적 사고만으로는 하루 종일 학습의 집중력과 즐거움을 자극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며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모든 공부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데서 시작한다고 하였다. 기나긴 유배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에 <논어>를 펼치고 정리하였다. 나 자신부터 알아가는 과정에서 '답'이 아닌 '질문'을 찾아갔던 것이다. 장차 우리에게 펼쳐진 세계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힘들고 험한 길을 가야 할 미래세대의 삶의 방식은 질문을 통한 교육의 대 전환을 이뤄야 한다.

 

이에 필자는 초, 중, 고 학생들에게 학습코칭 수업을 하면서 수업과정에서는 반드시 질문노트를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 질문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 기본 지식이다. 이 지식은 암기를 통하지 않고는 질문 생성이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초·기본 지식은 철저하게 암기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용어 습득은 철저하게 이해한 후에 암기가 필수다.

 

우리 집 근처에 사는 4학년 한 학생이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얼마 전 고정욱 작가가 쓴 어린이 뮤지컬 '금수회의록' 을 보았다는 것이다.  공연을 보고 나온 어린 초등학생은 귀여운 동물들의 환상적인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함께 한 부모는 '금수회의록'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를 몰라 아이들에게 사전에 설명해 주지 못해 뮤비컬 제목도 모르고 그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아이는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엄마, 금수회의록이 뭐야?" 질문을 하였다. 별수 없이 집에 있는 사전을 찾아 봐야 했다. 사전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금수회의록 禽獸會議錄 

명사. 융희 2년(1908)에 안국선이 지은 신소설. 동물을 의인화하여 인간의 추악한 면과 사회의 부패상을 풍자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판매 금지 소설이다.

 

그러나 이 사전의 설명만으로는 금수회의록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이에 최근에 접한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찾아보니 너무나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이후부터 아이는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사전을 찾기 시작하였다고 엄마가 전해주었다. 앞으로도 이 학생이 꾸준히 사전을 활용하는 학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제 모르는 것은 사전에 조사도 해 보고 관련된 이야기, 영화, 연극도 감상해 보는 것은 물론 질문으로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은 어떨까. 질문은 세상을 여는 문이다. 암흑에서 벗어나 사회운동가로 성장한 헬런 켈러가 말했다. "모든 것에는 경이로움이 있다. 어둠과 침묵마저도…"

 

무조건 암기해 얻은 지식과 암기한 것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져 얻은 지식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식 습득 방법에서 무조건 '암기는 나쁘다'고 강변하는 것도 바람직 하지 못한 것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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