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Biennale)는 2년마다 열리는 미술 박람회다. 비엔날레는 전 세계 작가들의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예술의 터전이다. 비엔날레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번 가을에는 광주로 향해보자. 도시 전역이 미술관으로 변신하는 광주 비엔날레가 펼쳐지기 때문. 이곳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건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비엔날레다. 1995년 처음 개최하며 한국 첫 비엔날레의 역사를 열었다. 올해는 비엔날레 30주년을 맞아 더욱 성대하게 펼쳐진다.
올해 비엔날레의 메인 전시 주제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악인 판소리를 중심에 놓고, 소리꾼과 관객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공연이 벌어지는 ‘판’을 매개로 다양한 목소리를 펼쳐놓겠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판’으로 치환하고 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올해 비엔날레에는 30개국 출신의 72명의 예술가가 참가한다. 이들은 ‘소리꾼’으로서, 자신의 세대, 문화, 나이, 성별, 지역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유한 목소리를 시각화해서 들려준다. 이를 통해 위기에 처한 지구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작품 들여다보기
전시의 첫 문을 여는 작품은 나이지리아의 작가 에메카 오그보의 <Oju 2.0>(2022). 그는 역동적인 도시 라고스 거리에서 녹음한 소리를 작품화했다. 관객은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으며 도시의 소음을 들으며 라고스라는 낯선 도시를 ‘체험’하게 된다.
비엔날레에서는 산업화와 세계화, 팬데믹, 기후변화로 인한 혼란에 대한 시선도 엿볼 수 있다. 피터 부겐후트는 동물의 털과 피 같은 유기물, 플라스틱과 고철 등 폐기물 분류되는 재료를 이용해 작업하는 작가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에 선보이는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시리즈를 통해 폐기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킨다. 흔히 낡고 해진 폐기물은 우울함과 암담한 미래를 상징했던 반면, 작가는 자연에서의 노화와 쇠락은 오히려 생성과 변화를 이끌어 내는 변곡점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
비엔날레 기간만큼은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된다. 메인 전시가 진행되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외에도 도시의 역사가 서린 양림동에서도 전시가 이어진다. 폐건물이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경우도 있다. 작가 사단 아피프는 버려진 경찰서 건물에서 <영원의 파빌리온>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판소리 명창 김소라와의 협업을 통해 폐허였던 건물에 새로운 권위를 부여하고, 신성한 장소로 통하는 포털로 활용한다.
다양한 국가와 기관이 자신만의 작은 미술관을 만들어내는 '파빌리온' 또한 주목할 만하다.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덴마크, 페루 등 22개 국가는 자신들의 문화적인 정체성이 깃든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과 예술 교류에 나선다. 비엔날레의 터전인 광주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을 탄생시킨 곳도 있다. <우리는 (아직)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를 주제로 열리는 일본 파빌리온이 대표적. 작가 야마우치 테루에는 광주 시민들을 만나고 관계 맺기를 시도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디오 설치 작품은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9월 7일~12월 1일
광주 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