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7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고등학교가 학칙을 근거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내용의 사안을 논의한 결과 ‘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의 교육권이나 학생 학습권 보다 학생의 행동 및 통신 자유가 침해되는 피해가 더 크다고 봤던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 10년간 휴대전화 수거에 대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한국교총은 8일 “늦었지만, 교육의 특수성과 학교 현실, 법령에 보장된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교총은 그동안 학생 휴대전화 수거에 대해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이 민주적인 절차로 정한 학칙을 따르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생활지도법 마련과 생활지도고시 제정 등 국내적 법령 정비와 더불어 지난해 7월 유네스코(UNESCO)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금지 권고, 프랑스·영국·일본·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제한을 추진하는 국외적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은 그간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특히 수업 중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과 학생 학습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 2022년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으로 여교사를 촬영한 남학생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로 수업과 관련 없는 활동을 해 수업 흐름을 끊고, 소음을 유발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일도 잦았다. 교총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중 60%는 ‘휴대전화 사용으로 수업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교총은 “학교 교육에 있어 학생 인권에 경도된 시각에서 벗어나 학교 현실과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는 결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결정으로 학생 권리만 강조할 게 아니라 여타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 교사의 교권 보장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교권과 학생 인권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학교문화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총은 그동안 인권위가 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결정을 내려왔다고 지적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총이 예로 든 것은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금지 ▲초등학생 집회 및 시위보장 권고다.
인권위가 지난 2005년 교육부 장관에게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 관행 개선을 권고한 이후 학교에서 일기 쓰기가 대부분 사라졌다. 이로 인해 일기 쓰기, 독서 활동 등을 소홀히 하면서 학생 문해력 저하와 악필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교총이 올해 한글날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교원이 92%, ‘악필이 늘었다’고 응답한 교원이 95%에 달했다.
교총은 초등학생의 집회 및 시위보장에 대해서도 “학생 의견 수렴은 존중해야겠지만, 발달단계 및 교육기관으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 아쉬움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