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디지털 대문명 시대를 살면서 전자기기에 대한 노출이 일상의 다반사가 되었다. 그 가운데 우리는 소중한 것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것은 한 가지 좋은 습관이자 삶의 소중한 요건을 잃어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힘’의 원천과 미래를 어둡게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바로 책 읽는 습관의 상실이다. 이는 대한민국 성인 독서율이 43%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1년에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현실의 반영이다.
이렇게 심각한 현상은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퇴보시키는 일종의 ‘예정된 재난’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배출한 국가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결국 ‘책을 읽지 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깊은 우려를 심어 준다. 이에 책읽기를 자녀의 초기 양육 단계에서부터 비롯하여 평생의 건전한 습관 형성으로 연계하기 위해서 교육적으로 다가서는 국민적 의지와 행동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이 이를 동기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려서부터 책읽기 습관을 형성시킬 수 있을까? 여기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각종 전자기기에 노출되고 이제는 인간의 오장육부를 넘어 오장칠부가 된 스마트폰의 사용을 자제하고 대신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들 주변에 많은 책을 비치해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정착시키는 자녀양육 방식에 특별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서 지혜를 쌓고 세상을 배우고 성장해 간다. 그래서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의 본성을 계발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과 책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땅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놀이 시간을 잃고 살아간다. 이는 각종 학원으로 돌면서 생각하는 시간, 또래들과의 놀이를 통한 지능 계발과 사회성을 키울 순간들을 아예 차단당하고 있다. 놀이 본능을 상실한 아이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잘못된 가치관과 과열된 교육열로 아이를 숨조차 쉬지 못하게 사교육으로 모는 것은 차라리 아동학대이다.
어느 가정이든 부모가 아이에게 책 읽어 주는 것은 보편화된 아이 양육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반 가정에서는 적잖은 책들이 아이들의 방마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 아이들은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 강력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자기기나 TV를 통한 동영상 시청이다. 이렇게 영상에 노출되어 성장하는 요즘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하는 좋은 습관을 아예 원천적으로 제거 당하는 것이다.
초저출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미래 세대를 키우는 자녀 양육은 그만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여기에 아이를 책의 세계로 안내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먼저 부모 스스로 책을 읽는 것이다. 부모가 안정된 마음으로 즐겁게 독서를 하면서, 재미있거나 좋은 내용을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아이는 부모와 함께 책의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
둘째, 아이의 책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주인공이 모험을 겪으면서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지 함께 얘기해 본다. 이는 아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지식에 무한한 상상력을 결합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완전히 새로운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다.
셋째, 책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장려한다. 도서관이나 서점, 가정의 서가에 들어서며 맡는 책의 향기만으로도 아이의 상상을 자극하는 효과가 크다. 이는 뇌에서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기능을 처리하는 신경망이 한데 교차하는 ‘다중감각 영역(multimodal area)’을 활성화시켜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넷째, 아이를 가끔은 심심한 상태로 놔둘 필요가 있다. 이는 본고에서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바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노출을 어릴 때 줄이려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이 심심한 마음을 빼앗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에 비해 자극이 적은 책의 세계로 아이가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심심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심심하던 중 직접 뒤적거려 보는 책에서 아이는 예상치도 못했던 재미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낀다. 이는 아이가 단지 어른 말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필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것으로 소아청소년전문의도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어느 대형 서점의 슬로건이다. 책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은 창조적인 아이가 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은 기존에 있던 지식들을 그물을 짜듯이 여러 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책의 세계는 굳건한 지식도 전달하고, 자유로운 상상의 여백도 제공한다. 어른과 달리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한계가 없다. 책은 가보지 못한 곳, 가보지 못한 시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상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여행이다. 이런 여행만큼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없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한다. 가을의 절정에 이른 지금,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단풍 구경 나들이의 유혹을 견디기 어렵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동네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들리고,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특히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아이를 위하는 책임 있는 행동이 동반되는 것은 진정으로 아이 사랑의 표징이라 할 것이다.
누군가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3가지 선물은 신앙심, 경제 마인드, 책 읽는 습관이라고 했다. 특히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평생의 든든한 자산 형성을 책 읽기 습관들이기에서 찾자. 부모는 삶의 현장에서 아무리 바쁘고 방해 요소가 많아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가장 확실한 투자인 책 읽기 습관을 부모 사랑 리스트의 가장 윗자리에 올리는 것은 좋은 부모 되기의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 믿는다. 더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차라리 더위를 잊는 망서(忘署)에서 찾듯이, 아이와 함께 책읽기를 통해 부모는 현실의 고달픔을 잊고 아이에게는 미래를 살아갈 힘과 지혜를 키워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기로운 부모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