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은 ‘외딴섬’, 이젠 달라질 수 있을까?

2024.12.05 10:00:00

 

특수학급은 일반 학교에서 어떤 공간일까? 통합을 위한 공간? 분리를 위한 공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2조 정의)에 의하면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일반 학교에 설치된 학급을 말하며, 특수교육 교원은 특수학교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을 말한다. 이에 특수학급 교사는 일반 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이다. 그렇다면 통합교육의 의미가 중요해진다. 그 의미에 따라 특수학급이 통합을 위한 공간인지, 분리를 위한 공간인지 판단해 볼 수 있다.

 

특수학급, 통합을 위한 공간인가? 분리를 위한 공간인가?
그렇다면 통합교육은 무엇인가? 다시 법령을 살펴보자. 통합교육(「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서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런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특수교사는 우리 사회가 지닌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민감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장애에 대한 감수성1이 예민하지 않다. 학생들이 차별에 예민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교사는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또래와 함께하는 통합학급에서 원활하게 수업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장애 정도나 유형에 따라 필요한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여 개별화된 교육활동도 수행해야 한다.

 

의미 그대로 법령에 나온 단편적 역할을 나열했지만,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마음을 쓰자고 덤벼들면 밑도 끝도 없는 일이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많은 순간순간 일상에서 마주하면서 특수교사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치고 울고 싶다. 


통합학급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는지 통합학급의 교실을 살펴보고 싶지만, 일반교사의 눈치가 보이는 일도 적지 않다. 때로는 수업에서 학생들을 분리해달라는 일반교사의 요구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아이들의 개별 특성은 저마다 달라 누구에게, 어디에, 어느 방향으로 수업의 초점을 맞추어 교육활동을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이렇게 특수학급의 특수교사는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 우리 교육의 담론, 우리 특수교육의 현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시점의 특수학급과 특수교사가 이런 역할을 어떻게 풀어 갈 수 있을까?


다시 살펴보자. 그렇다면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특수학급이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특수학급은 1970년 장애학생을 일반 학교에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탄생했다. 이 시기 특수교육은 관련 법이 없었다. 그래서 「교육법」이나 「헌법」을 근거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균등한 교육기회를 고민했고, 특수학급의 양적 확대와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1980년대 「특수교육진흥법」의 개정으로 특수교육의 양적 확대를 정책화하였으며, 1994년 통합교육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담은 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특수학급이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특수교육발전계획’이 추진되고,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을 통해 통합교육의 의미를 확대하였다. 이를 통해 통합교육의 질적 관리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통합교육은 초기 양적 확산을 위해 물리적 통합을 강조했고, 이후 통합교육의 가치와 의미를 확산하여 질적인 성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령에서 제시한 통합교육의 의미와 그에 따라 교육이 해야 할 일 그리고 특수학급의 의미를 고려해 본다면, 우리의 특수학급은 통합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과연 특수학급은 통합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여전히 물음표이다. 여전히 특수학급은 장애학생 혹은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위한 분리 공간이라는 인식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래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은 특수교사가, 비장애학생은 일반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인식 역시 일반적이다. 

 

저마다의 다른 책임감으로 특수교육을 고민하는 특수교사들
‘작은 섬’. 필자가 특수학급을 생각하며 자주 하는 생각이다. 떨어져 있지만 눈에는 보이고, 필요하면 금방 다가갈 수 있지만 애써 찾아가지 않는 ‘작은 섬’ 같은 존재가 특수학급이지 않을까? 그곳에서 특수교사들은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우리 교육의 담론, 특수교육의 현실을 마주하며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누군가는 주변의 시선에 괘념치 않고 자신의 책무와 신념에 따라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무거운 책무를 뒤로한 채 주어진 최소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적당한 책무와 신념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순 없으며 비판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우리는 저마다의 다른 책임감으로 삶을 살아가고, 그 삶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에 대한 가치판단은 교사로서 자신의 신념과 철학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특수교사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무성을 고민할 상황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지금의 현실과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한 특수교육의 정책이다. 필자는 특수학급이 생기고 지금껏 쌓아온 특수교육의 정책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은 방향이 필요하다. 그 방향에 따라 앞으로 나아갈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제시된 대안은 정책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해 등에 따라 숙의를 거쳐 실질적인 정책이 된다. 정의롭지 못한 정책은 방향 설정에 문제가 있다. 그런데 통합교육의 중심에 있는 특수학급에 대한 정책은 그 방향 설정조차 미진해 보인다. 그래서 안타깝고 속상하다.

 

애매한 위치의 특수교육대상자와 특수교사
교육청에 묻고 싶다. 특수학급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특수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덩그러니 일반 학교의 ‘작은 섬’, 특수학급에 대한 특수교육의 정책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나? 교육청이 내놓은 정책에 특수학급의 역할은 제시되고 있는가?

 

‘통합교육의 내실화’, ‘통합교육을 위한 보편적 학습설계 적용’,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학습설계’를 이야기하며 통합교육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설정했지만, 그 뒤에 따르는 수많은 단어 사이에서 특수학급은 어떤 역할을 하며, 특수교사는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필자가 특수학급과 특수교사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하나다. 정의된 역할은 책임져야 할 위치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역할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위치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통합교육이 특수교육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고, 이를 주도하는 핵심이 특수학급이라면, 특수학급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고민은 진즉에 필요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통합교육의 질은 특수학급의 질이고, 특수학급의 질은 특수교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역할에 대한 규명이 없으니 어떤 지원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필자만 느꼈을까? 오랜 기간 우리만의 이야기를 나눌 네트워크나 협의체가 없었다. 있다고 한들 스치고 지나가는 곳이다. 또한 특수학급 교사로서 성장과 발전을 고민할 수 있는 연수에 참여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간혹 특수교사를 지원하고 보호하겠다며 열리는 연수는 일회성이다.


애매한 위치는 아이들, 특수교사 자신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은연중에 그대로 투영된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묘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통합학급에 올라온 특수교사를 외면하려는 아이들, 특수학급에서 수업받는 것을 숨기려는 아이들, 교직원회의 시간에 특수교사들은 이해할 수 없는 안건이 논의되는 순간들, 교사들 모임에선 이름 모를 비장애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 학교생활기록부 등 필요한 서류를 떼어 달라고 부탁하는 부모들,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등하교 지원을 바라는 부모들…. 


이것만이 아니다. 특수교육 업무는 당연히 특수교사의 몫이지만, 일반교사가 맡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특수교사는 일반교육의 업무도 맡는다. 반대의 경우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일반교사도 특수교육 업무를 맡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특수교사들에게만 일반업무를 봐주길 요구한다. 이렇듯 업무 배정도, 역할도 모호하니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런 상황 자체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논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에 대한 본질에서 벗어난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몫 역시 온전히 교사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특수학급 문제는 특수교사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 지점에서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필자는 2015년 혁신학교에 근무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혁신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특수학급 운영과 더불어 대부분의 시간을 혁신학교 운영과 관련된 일들을 일반교사들과 함께 해왔다. 이 시기를 보내는 동안 필자는 혁신교육과 통합교육(또는 특수교육)의 화학적 결합을 꿈꾸었다. 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고민했고, 작은 의미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아이들의 통합교육을 위한 작은 한 걸음이라 판단했고, 특수학급과 특수교육에 대한 관심을 일으켜 같이 할 수 있는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IB 교육에도 관심이 있다. 근무하는 학교가 IB 후보학교가 되면서 IB 코디네이터를 자청했고, 내년도 후보학교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혁신학교 운영에 참여했던 맥락과 마찬가지로 IB에 관심을 두는 이유 역시 비슷하다. 특수학급과 특수교사도 작은 역할을 공유하며, 학교에서부터 작게라도 통합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이런 가운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동료 특수교사의 소식에 마음이 멍해졌다. 그러다 ‘이렇게 한들, 뭐라도 바뀔까?’ 싶은 생각이 가슴 한편에서 진하게 올라왔다. 그도 그랬을 것이며, 많은 특수교사도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많은 순간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되돌아보며 ‘작은 변화’를 꿈꾸었을 것이다.


이미 변화는 필요했다. 매번 변화가 늦은 이유를 이제는 이해하기도 버겁다. 지금껏 특수학급과 특수교사는 방치되었다. 이를 살펴야 할 교육청은 특수학급 운영을 특수교사 한 사람의 역량에 맡겨둔 채 관망했다. 


교육당국은 통합교육의 내실화를 말하지만, 특수학급을 그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교육청과 교육당국에 바란다. 특수학급의 문제는 특수교사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땜질식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런 정책은 방치된 특수학급과 교사들의 현실을 어루만져 줄 수 없다. 이제는 적어도 교사들이 ‘내가 이렇게 한다고 변하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이 마음속에 생기지 않길 바란다. 이제라도 특수학급과 특수교사의 문제를 직시하길 바란다. 우리의 역할과 위치를 다시금 돌아보길 바란다. 그에 따라 필요한 정책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특수교사에게도 바란다. 사회가 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 역시 변화하기 힘들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의 애매한 위치와 역할은 우리의 요구가 소극적이기에 발현된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사회는 변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교육이 그런 사회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 안에서 특수교사의 역할 역시 작지 않다. 그런 역할을 고민한다면, 우리의 역할과 위치는 확연해질 것이다. 


가끔 특수교육 초창기 모습을 상상한다. 특수학급이 양적으로 확장되던 시절, 학교에 만연한 장애와 특수교육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맞서 싸웠을 선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의 주장과 요구로 일궈낸 것이 지금 특수학급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유지하고 성장시켜 나가야 할 몫은 지금 특수학급을 이끌어 가고 있는 ‘우리’일 것이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선생님의 이야기에 가슴이 너무도 답답하다. 관련된 새로운 소식들이 전해질 때면, ‘달라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서 계속 올라온다. 


이제라도 요구하자. 작은 노력, 작은 저항, 작은 목소리를 내보자. 우리도 학교 안에 공존하며 함께 하고 있고, 함께해야 한다고. 특수교사가 하는 역할 역시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공동체와 조금씩 나누어 보자.

 

한재희 경기 소사중학교 특수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강주호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