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은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기획전시실에서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한 수 배운다. 바로 차경기법(借景技法). 이곳에서 그림 속 연꽃과 창문 밖 정원 속 파초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설치해 놓았다. 차경은 '경치를 빌린다'는 뜻인데 외부의 경물을 시야로 끌어들여 전체 경관의 일부로 삼는 정원 설계 기법의 하나이다.
또 하나 배운다. 다산 정약용이 방 안에서 국화 앞에 촛불을 켜 빈 벽에 비치는 국화 그림자를 감상했던 식물 감상법 ‘국영시서(菊影詩序)’를 그대로 재현해 국화와 함께 변화하는 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으로 변환시켜 국화를 완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경기 수원 일월수목원에서는 기획전시전 ‘정원가, 다산(茶山)’을 방문자센터에서 12월 15일부터 내년 6월 1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원화성을 설계하고 축조해 수원과 인연이 많은 다산 정약용이 남긴 시문, 유적 등을 살펴보고 실학자, 과학자, 정치가가 아닌 정원가(庭園家)로서의 그의 행적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원가 다산, 수원과 다산, 다산의 유람지도, 다산의 정원 조영(造營), 그림 속 식물과 정원 속 식물, 궁궐의 정원문화, 빈 벽에 드리운 국화 그림자, 다산의 정원식물, 다산의 채마원, 물 위에 있는 집, 산수록재(山水錄齋), 조선시대 정원모임 등을 섭렵할 수 있다.
일월수목원 방문객이면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고 무료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다산의 정원식물 코너에서는 동백, 대나무, 수선화, 매실나무, 눈측백나무, 국화꽃 중 택일해 색칠하고 식물 초성과 관련된 3행시 짓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잠시나마 시인이 되어 볼 수도 있다.
관심 있게 살펴볼 것은 관심만 있으면 우리 생활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차경기법(借景技法)’. 거실에서 창문을 열면 실내 경치와 외부 경치가 조화를 이루어 두 가지 경치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실내 병풍속 연꽃을 보면서 실외 정원 속 파초를 실내에서 감상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마침 전시장을 찾은 댄스 동아리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 약칭) 신승란 회원은 “교과서 속에서만 보던 정약용이 조선시대 정원문화의 선구자였음을 알게 되었다”며 “수학기, 관직시기, 유배시기, 해배시기 때에도 정원을 만들고 즐겼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권선구 구운동 거주 백순자 씨는 “다산이 촛불을 켜 국화의 그림자를 감상한 것을 보니 식물의 그림자까지 사랑했다”며 “이는 생활 속은 물론이거니와 뼛속까지 정원가였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수목원과 일월수목원 이민형 팀장은 “이번 전시는 정원가, 다산의 행적을 살펴보며 조선시대 정원문화를 재현한 소중한 기획전시”라며 “주위에 소문을 내 많은 시민의 관람과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서수원에 자리잡고 있는 일월수목원은 살아있는 자연과 생태, 아름다운 식물과 정원으로 시민의 일상과 환경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는 수원의 첫 번째 도심형 수목원이다. 방문자센터에서는 일월호수를 조망할 수 있고 수목원은 인접한 일월공원과 함께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힐링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월수목원은 2015년부터 조성사업을 실시해 사업비 742억1600만 원을 투입 2023년 개장, 올해 6월말 현재 식물유전자원 1850종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