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이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어렸을 때는 왜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요?’
지난해부터 한 초등 교사가 개인 SNS에 올린 ‘아침 조회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많다. ‘나 지키기’ ‘나를 아는 방법’ ‘거절하는 방법’ 등 초등 5학년 학생들에게 건넨 진심 어린 말은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누적 조회 수만 5800만 회를 넘겼다.
그가 전한 다정하고도 단단한 말은 최근 그림책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로 다시 태어났다. 김지훤 강원 후평초 교사 이야기다.
시작은 ‘아침 인사’였다. 학기 초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악수도 하고 하이 파이브도 했다. 김 교사는 “이왕이면 10분 동안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방법을 몰라서 실행하지 못했던 ‘관계의 기술’에 대해 들려줬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있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이야기를 듣고 나선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방법을 묻기도 하더군요. 바빠서 아침 인사를 못 하는 날에는 ‘오늘 왜 안 해주셨어요?’ ‘내일 띵언(명언) 기대할게요’ 하면서 기다렸고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아침 조회 영상을 SNS에 올리게 된 건 동료 교사들 덕분이다. 학교 행사에 필요한 영상을 직접 만들고, 무대에 올라 춤 솜씨까지 뽐내던 그를 눈여겨 본 동료들이 ‘뭐든 해보라’며 응원을 보냈다.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미리 대본을 써서 준비하는지’를 묻곤 한다. 김 교사는 “담임 교사들에게는 그게 일상”이라며 웃었다. 늘 해오던 인성교육,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하나라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신 학생들을 관찰한다. 친구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사과하지 않을 때는 사과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숙제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을 땐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주는 식으로 주제를 정한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좌충우돌 그 자체”라며 “이야깃거리는 늘 넘쳐난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의 마음을 살뜰하게 챙기는 다정한 교사지만, 훈육이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다. ‘선생님은 너희들의 친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첫 수업에는 예절교육을 빼놓지 않는다. 높임말, 상황별 말과 행동 등을 가르친다. 김 교사는 “예의 있게 상대를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선을 넘을 때는 단호하게, 잘못된 말과 행동은 교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펴낸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는 그동안 소개한 영상에서 많은 공감을 받은 말 40가지를 가려내 담았다. 서정적인 언어로 풀어내 시를 읽는 듯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힘이 있다. 김 교사는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랑이에요.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사랑할 수 있거든요. 내 잔에 사랑을 가득 부으면 넘쳐흐르는 것처럼요. 어른인 우리도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또 칭찬받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힘들 때는 위로받고 싶고요. 그때마다 남에게 의존해야 할까요? 내가 직접 나에게 말해줘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말을 건네다 보면 어른이 돼서도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그의 출간 소식을 가장 반긴 건 학생들이다. ‘우리 선생님은 인플루언서’라며 동네방네 자랑했던 아이들이다. 출간 한 달 전, 책 표지도 함께 골랐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인플루언서’라는 것보다 ‘작가’라는 사실에 더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선생님,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수업 정말 재미있어요’ ‘이 수업 또 하면 안 돼요? 이런 말을 들을 때 교사로서 보람을 느껴요. ‘우리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때 교실에서만큼은 ‘내가 연예인이다’라고 생각하죠. 밝고 단단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 전에 밝고 단단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진실한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