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역 살리고 학점도 따고

2025.05.20 11:08:29

제주 런케이션 참여 경희대
계절학기서 ‘정식학기’ 확대
협력 통해 다양한 실천 대안

 

13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도시재생공간 ‘신영물행복센터’. 경희대 학생 1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학생들의 전공은 경영·조리·작곡·체육·산업디자인·디지털콘텐츠 등으로 각각 달랐다. 이들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연구, 인공지능을 통한 사진자료의 동영상 재현, 관광 상품과 기념품 개발, 지역을 주제로 한 음악·영상 제작 등에 열중이었다.

 

방학도 아닌 학기 중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들이 제주에 모여 협동 작업을 하는 모습은 매우 이색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제는 ‘정상 수업’ 수행 중이다.

 

이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교양대학)가 올해 처음 도입한 ‘사회혁신스쿨’이다. 1학기 동안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지역 살리기’ 차원의 실무 작업 등을 통해 학점을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공 6학점, 교양 9학점 등 최대 15학점을 얻을 수 있다. 장학금은 물론 숙박 및 실습 장소도 지원받는다.

 

기존의 대학들이 방학 동안 제주에서 쉬면서 학습하는 ‘런케이션’(Learncation)을 정식 학기로 확장한 것이다. 그동안 중앙대, 성균관대, 거점국립대 등이 런케이션을 다녀갔으나 모두 계절학기였다.

 

이번 경희대의 사회혁신스쿨은 지난해 11월 제주도와 맺은 런케이션 활성화 등을 위한 업무협약의 첫 성과물이다. 교육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 취지에 맞게 이번 사회혁신스쿨에서 지역과 대학 간 상생 목적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이들은 제주 서귀포와 전남 영암 등 지방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3곳에서 각 3주씩 머물며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그 결과 주민은 물론 학생 모두 만족할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영암 월출산의 ‘기’를 담아낸 캔 상품은 유쾌한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들의 이목을 끈다. 올해 제주 서귀포 대정읍 지역에서 문을 연 ‘모슬로우 카페’에 맞춰 제작한 신제품 음료들도 관광객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학생들은 강의실 안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는 데다, 자신들의 전공이나 재능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니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우대식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2020년부터 제주 등에서 런케이션을 해 오며 이번 첫 정식 학기로 넓힌 산파 역할을 했다. 공모 때 2.5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을 만큼 선발 이후 임하는 학생들의 열의 또한 높다고 귀띔한다.

 

우 교수는 “방학 때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 대해 더욱 동기 부여를 얻고, 타 전공과 분야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등 융합적 교육 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학생과 지역이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며 신뢰적 자본을 형성하는 것은 주요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제주를 평생학습 장소 삼아 다양한 체험형 관광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 확대

 

제주도청은 런케이션을 대학생 대상 외에도 평생학습의 장으로 넓히고 있다. 도청과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은 관광과 학습을 결합한 ‘제주가치 공감, 런케이션’을 올해부터 본격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 곳곳을 평생학습 장소로 3개의 테마를 개발해 다음 달 17~18일 1박 2일 일정으로 마련했다.

 

제주해녀박물관과 해녀물질공연 등으로 구성된 ‘제주 해녀에 폭삭 빠져수다’, 수월봉 지질생태 답사와 동백동산 습지탐방 등을 체험하는 ‘화산이 빚어낸 섬, 제주의 지질 탐구하기’,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재조명하는 ‘한강 작가의 시선으로 떠나는 제주 4·3’이 제1회 런케이션으로준비됐다.

 

테마당 제주 이외 국내외 거주 한국인 및 외국인 35명 이내의 인원을 이달 초부터 모집했다. 주최 측은 각 테마당 해설사를 제공하고 학습비, 차량 임차료, 여행자보험도 지원한다. 숙박·식사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제1회 사업 준비를 마친 진흥원은 벌써부터 다음 회차 구성을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제주 특산물로 인기가 높은 녹차와 관련한 런케이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4일에는 중간 점검하는 차원에서 서귀포 소재 카페 ‘회수다옥’에서 열린 ‘김맹찬 농부의 티클래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김 농부가 직접 재배한 녹차, 백차, 홍차 등을 다식과 함께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즈넉한 공간에서 양질의 차를 즐기며 깊이 있는 해설까지 들어 만족도 높은 시간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고미영 진흥원 경영기획부장은 “시범 사업 결과 제주도를 처음 찾은 인원은 거의 없고 여러 번 경험 있는 관광객이 더욱 특색 있는 체험을 하기 위해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제주 관광을 한층 더 유익하고 만족도 높게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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