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나는 후배들에게 띄우는 작별의 메시지

2025.08.06 15:36:15

아직도 폭염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문득, 중고등학교 교정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종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까지... 교사로서 그리고 관리자로서 보냈던 나날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 안에 선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절, 또 많은 소중한 이들이 학교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정든 교단과 작별을 준비 중인 후배 선생님들께, 한때 같은 자리에 있었던 선배로서 조심스레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가 학교를 떠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교실 밖 삶이 낯설고 어색하게만 느껴지던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고요한 일상이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어느 날은 눈을 뜨고 습관처럼 옷을 입고 학교 방향으로 길을 나서기도 했습니다. 중간에서 “아, 내가 학교를 떠났지” 하고 깨달으며 방향을 바꾸어 공원길로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 한켠에 자리하는 건 바로 ‘학교’라는 이름의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 무엇보다도 후배 교사 여러분들을 떠올렸습니다.

 

잠시 돌이켜 보면, 정년을 앞두고 집무실의 책상을 정리하던 날, 학교의 익숙한 종소리가 울리던 순간, 그리고 아이들이 건네준 따뜻한 손글씨의 편지들에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길은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힘든 길 위에,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여러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이번 8월, 여러분은 교단을 떠납니다. 명예롭게, 때로는 조금 아쉽게, 그러나 모두가 최선을 다해 걸어온 발자취입니다. 먼저 떠난 선배로서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충분히 잘 해오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루하루 묵묵히 교실을 지키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때로는 지쳐가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여러분의 시간에 참으로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학교를 떠나면 처음에는 텅 빈 시간들이 어색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동안 늘 누군가를 위해 달려왔기에,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 낯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들조차도 교육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기억 속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고, 교실을 떠난 후에도 누군가의 삶에 작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후배 여러분, 이제는 여러분 각자의 이름으로 불릴 시간이 다가 옵니다. ‘누구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넘어, 오롯이 당신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쉼, 여행, 독서, 가족과의 시간, 혹은 아주 사소한 일상들 속에서 자신을 다시 만나고, 돌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언젠가, 그리운 마음이 들거든... 저처럼 교정 근처를 한 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여름빛에 물든 나뭇잎, 웃고 떠드는 아이들, 아직 교실에 남아 있는 선생님들의 열정 속에 당신이 남기고 간 시간이 분명히 살아 숨 쉬고 있을 테니까요.

 

후배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따뜻한 날들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선배로서, 또 같은 길을 걸어온 동료로서, 진심을 담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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