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 계절의 변화가 다가오면서 찬바람이 교실 창문을 스치면, 고3 학생들의 책상 위엔 어느새 각종 문제집과 형형색색의 형광펜이 수북이 쌓이게 된다. 그동안 하루하루가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오직 ‘수능’이라는 이름의 언덕만이 또렷하게 남은 상황에서 우리 수험생들은 이제 그 언덕의 꼭대기에 다다랐음을 불안하게 느낄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과 사색으로 밤잠을 설치며 견뎌냈는가? 친구들과의 약속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멀리 밀어놓고, 문제집과 참고서 속으로 고개를 묻던 날들, 때로는 “이 길이 맞을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 노력이 지금의 수험생 여러분을 만들었음을 믿어도 좋을 것이다. 성적표는 숫자로 여러분을 평가할지 몰라도, 여러분이 쏟은 시간과 마음은 그 어떤 수치로도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이가 말하듯 수능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한 시기, 자신에게 가장 성실할 수 있었던 ‘증거’로 남을 것이다. 시험의 결과가 어떻든,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한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믿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그날의 시험지를 통해 대학으로 향하고, 또 누군가는 다른 길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방향은 달라도 모두가 ‘성장’이라는 이름의 길 위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지금 남은 시간은 단지 ‘점수를 올리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그것은 자신을 다독이고, 마음을 다스리며, 지난 시간의 노력을 정리하는 귀한 마무리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믿는 마음, 그 마음이 곧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험 당일, 긴장으로 손끝이 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기억하길 바란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문제집 한 줄 한 줄을 읽고 반복하며 자신과 대화하던 지난날의 순간들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토닥여 주길 바란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뒤, 긴 호흡을 내쉬며 잊었던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길 바란다. 찬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이전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건 여러분이 견뎌낸 시간의 무게만큼 세상이 여러분을 다정히 안아주기 때문이다. 꼭 그렇지 않아도 좋다. 여러분은 한 뼘 크게 자라있으니까 말이다.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의 노력은 이미 누군가에게 큰 울림이 되고 있다. 부모님의 믿음, 선생님의 응원, 친구의 격려 그리고 여러분 스스로의 의지, 그 모든 마음이 모여 여러분의 발걸음을 수능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11월 13일, 그 하루는 결승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 될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여러분은 이미 최선을 다한 멋진 사람이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응원한다. 이제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고 정상의 컨디션으로 D-day를 맞이하길 바란다.
그 후에는 여러분 앞에 화창한 봄날이 여러분을 기다리며 손짓하고 있다. 이제 곧 여러분은 그 봄의 문턱이자 본격적으로 성장과 성숙을 위한 대망의 선택의 삶의 출발점에 서게 될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를 온 몸으로 그리고 온 마음을 모아 힘차게 응원한다. 그리고 여러분의 앞날에 신의 축복과 은총이 함께 하길 두 손을 모아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