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 논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지방교육자치의 핵심 요소인 교육감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 통합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것과 달리 교육자치 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는 뒤따르지 않으면서, 제도적 혼선과 법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임박한 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보고서를 통해 광역지자체 통합 과정에서 교육감 구성 방식에 대한 입법적 검토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 논의와 시도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자치를 고려한 교육감의 설치·구성 방식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통합 지자체 출범 시 교육감 구성과 관련한 쟁점을 ▲주민직선제 유지 여부 ▲기존 관할 구역마다 각각 선출할 것인지 여부로 압축하고, 이를 조합한 네 가지 입법 시나리오를 전제로 입법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통합 관할 구역에서 교육감을 기존 관할 구역마다 각각 선출하는 방안의 경우 실행 가능성과 법체계 정합성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는 하나의 법인으로서 단일한 관할 구역을 전제로 집행기관을 두는 구조인데, 교육청만 별도의 관할 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체계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통합 이후에도 복수의 교육감이 존재할 경우 지방자치단체 대표권 행사 문제와 행정 체계 전반의 혼선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교육감의 선출 방식이나 기관 구성 형태를 기존과 달리하려는 경우 주민투표가 의무적으로 요구된다는 점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오는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일정과 「주민투표법」상 절차를 고려할 때, 주민투표 발의는 3월 9일, 투표는 4월 1일 이전까지 완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촉박한 일정 속에서 광역지자체 통합과 교육감 선출 방식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입법조사처는 통합 관할 구역에서 단일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식 역시 주민참여와 주민통제의 한계를 동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할 구역이 대폭 확대될 경우 주민의 정치적·행정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단층제 구조를 가진 지방교육자치 체계 특성상 이러한 부작용을 상쇄할 제도적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아울러 통합 이후 교육청 소속 교직원의 인사행정, 지역 간 교육 사무 조정, 공립학교 운영 체계 등에서도 새로운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통합 관할 구역 전반에 걸쳐 근무하는 교직원에 대한 인사상 동등한 처우 원칙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인구 감소 지역 등 교육 사무 공백이 우려되는 지역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도 입법 과정에서 함께 검토돼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과 교육청 통합 논의를 병행할 경우 헌법상 지방교육자치 원리와의 조화, 주민참여 및 주민통제의 한계, 지방자치 계층구조와의 정합성, 주민투표 방식과 일정, 인사행정상 쟁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5극 3특’으로 대표되는 초광역화 전략 추진 과정에서 지방교육자치의 취지가 훼손되거나 후퇴하지 않도록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초광역지방교육자치가 교육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정책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분간은 ‘행정은 초광역, 교육은 광역’ 체계를 유지하고, 4년 이후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편·정비하는 등 제3의 접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