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 온 정부 정책이 불법체류 증가와 지역 불균형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에서는 유학생 정책이 양적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체류·취업·정착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체류 실태와 정책적 쟁점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15일 한국이민학회가 발행하는 전문 학술지 ‘한국이민학’을 통해 공개됐다.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김규찬 교수가 발표한 이번 논문은 법무부 체류 통계와 관련 제도 자료를 토대로, 최근 수년간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정책이 체류 불안정과 불법체류 문제와 어떻게 맞물려 왔는지를 분석했다.
연구는 유학생 정책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이후 불법체류 비율이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10명 중 1명 이상이 체류 기간 초과나 자격 외 취업 등으로 불법체류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시기나 집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유학생 유치 확대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요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불법체류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나 일탈로만 설명하기에는 제도적 환경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자 제도의 경직성도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학위 과정(D-2)과 어학연수(D-4) 비자는 체류 기간과 취업 활동에 엄격한 제한이 따르는데, 졸업 이후 취업 비자(E-7)로 전환하기 위해 요구되는 임금 기준과 고용 요건이 상당수 유학생에게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졸업 이후 합법적 체류 경로가 막히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했다.
국적별·비자 유형별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부 국가 출신 유학생과 어학연수 비자 소지자의 경우 불법체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이는 유학생 유치 과정에서 국가별·유형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어학연수 과정이 본래의 학습 목적을 넘어 체류 연장의 통로로 기능하는 현실 역시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학생 정책이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유학생의 상당수가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면서 지방대학의 국제화 기반이 약화되고, 지역 간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에서 현행 유학생 유치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지방대학은 유학생 확보 경쟁에서 점차 불리한 위치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향후 정책 과제로 유학생 관리 체계의 근본적 전환을 제안했다. 교육부·법무부·대학 간 정보를 연계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졸업 후 취업 비자 전환 요건의 합리적 개선, 지역 정착형 유학생 지원 모델 도입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유학생 정책을 교육 정책에 국한하지 않고 이민·노동·지역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고, 이들이 학업을 마친 뒤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경로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불법체류 문제 역시 개인 책임이 아니라 정책 구조의 결과로 바라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