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초기 성인기에 진입한 청년들의 진로 선택과 가치관, 심리 상태가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달라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고교 졸업 이후 대학과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던 비교적 단순한 이행 경로는 빠르게 분화됐고, 삶의 목표 역시 장기적 포부보다 당장의 삶을 유지하고 감당하는 데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수치로 확인된 이러한 변화는 초기 성인기를 둘러싼 교육·고용 정책의 전제가 재검토돼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코호트 패널을 대상으로 고교 졸업 후 1~3년 차(2021~2023년) 생활과 성과를 분석한 「2025 한국교육종단연구: 초기 성인기의 생활과 성과(Ⅲ)」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를 관통한 청년 세대의 선택과 인식 변화는 여러 지표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
먼저 진로 경로를 보면, 고교 졸업 직후인 2021년에는 4년제 대학 재학 비율이 51%, 전문대가 15%로 학업 선택이 과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2년 차인 2022년에는 남학생의 26%가 군 복무로 이동하며 진로 구조에 균열이 나타났고, 3년 차인 2023년에는 대학 재학 비중이 45%로 낮아진 대신 휴학(15%)과 취·창업(8%) 비중이 증가했다.
3년간 확인된 총 206개 진로 경로 가운데 ‘3년 연속 4년제 대학 재학’ 유형은 24%에 그쳐, 청년 4명 중 3명은 중도 이동이나 경로 조정을 경험한 셈이다. 보고서는 이를 초기 성인기가 더 이상 안정적인 이행 단계가 아니라, 반복적인 선택과 조정이 요구되는 시기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가치관 변화는 더욱 뚜렷했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대학에 입학한 청년을 분석한 결과, 삶의 목표와 가치 지향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저지향 집단’ 비중은 39%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일 조사에서의 26%보다 1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큰 포부와 장기 목표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고지향 집단’은 같은 기간 12%에서 6%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치 변화를 두고, 미래의 성공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당장 감당 가능한 삶을 유지하려는 이른바 ‘현생’ 중심의 태도가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지향 집단 내부에서도 중시하는 가치의 성격은 이전 세대와 달라졌다. 2011년 입학생들은 ‘가정의 화목’(4.73점)과 ‘인간관계’(4.69점)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지만, 2021년 입학생들은 ‘명예’(4.78점)와 ‘자기성장’(4.62점)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물질적 부의 중요도 역시 3.62점에서 4.10점으로 상승했다. 공동체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성취와 경제적 안정에 대한 요구가 강화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심리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대학생 집단은 비교적 높은 행복감(6.81점)을 보였지만, 구직자 집단은 행복감이 가장 낮고 생활 스트레스 수준은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 청년의 경우 우울감과 자살 사고 비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 성별에 따른 심리적 취약성도 수치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팬데믹 시기의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초기 성인기 청년들의 가치관과 마음 건강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가 청년 개인의 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진로 구조의 불안정성과 정책 지원의 공백이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학 교육은 여전히 강의식 전달 중심에 머물러 다양한 경로 전환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시장으로 이행한 청년 다수는 불안정한 일자리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자기주도적 학습과 경로 설계를 지원하는 대학 교육 전환, 고졸·비진학 청년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 연계, 구직 무력감 상태에 놓인 청년과 심리 취약 집단을 위한 맞춤형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시기를 통과한 청년 세대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삶의 목표를 낮추는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해 왔다”며 “이들의 선택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해석하기보다, 변화한 진로 구조와 가치관을 전제로 한 교육·고용·정신건강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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