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생이 줄었으니 교원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숫자 논리로 공교육의 미래를 재단하는 접근으로 보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교원 감축으로 연결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 시·도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교육정책네트워크는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 ‘미래지향적 교원정원제도 개편 방안’을 통해 현행 교원정원 산정 방식이 ‘교사 1인당 학생 수’라는 단일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 차원의 정원 관리 효율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학교 현장의 복합적인 교육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지역별 격차를 심화시키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교원 정원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공교육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역과 학교 규모에 따라 교육 여건이 크게 다른 현실을 지적했다.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는 학생 수가 줄더라도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편성을 위해 일정 수준의 교원이 필수적이며, 도심 지역은 여전히 과밀학급 해소와 생활지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런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 수만으로 정원을 줄이면, 한쪽에서는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워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밀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 교육정책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보고서는 고교학점제, 디지털 교육 전환, 특수교육 확대, 이주배경학생 지원 등 미래 교육정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학생 수 감소=교원 감축’ 논리가 정책 추진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교원을 감축할 경우, 교육정책은 확대되는데 학교가 이를 수행할 인력은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해관계자 인식조사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확인됐다. 교원들은 돌봄·안전·생활지도·정서 지원 등 학교가 담당하는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원 산정 기준에는 반영이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간 교육 여건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으며, 국민 역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원 정원을 줄이기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정 정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미래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려면 교원정원 정책이 단순한 감축 논리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육, 특수교육 지원, 고교학점제 운영 등은 단순한 학생 수 증감과 무관하게 전문 인력 배치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디지털 교육 전환 또한 기기 보급이나 시스템 구축만으로 성과를 담보할 수 없으며, 교사가 학생 개별 학습을 지원하고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진은 대안으로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이원적 교원정원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전체 정원의 대부분은 학급당 학생 수 등을 기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초교원정원’으로 운영해 학교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일부는 디지털 전환이나 특수교육, 고교학점제 등 정책 목표에 따라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추가교원정원’으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확보된 여력을 미래 교육수요에 맞게 재배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교원정원 논의가 단순한 숫자 조정에 머물 경우 공교육의 질적 도약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수 감소로 생기는 여력을 교원 감축으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 개선과 학생 맞춤형 성장 지원, 교육격차 해소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일수록 교원정원은 단순 감축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설계 대상”이라며 “학생 수 감소로 확보되는 여력을 개별 맞춤형 성장 지원과 미래 교육정책 대응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원정원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