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교사와 학부모 슬기로운 관계 맺기

2026.03.23 09:00:00

학교는 3월의 설렘으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새 교실에 적응하고, 교사는 한 해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학부모는 기대와 걱정 섞인 마음으로 학교를 바라본다.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의 공기는 사뭇 무겁다.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신고라는 이름으로 흔들리고, 사소한 오해가 악성 민원으로 비화되는 현실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엔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존중의 경계 바로 세우기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한 배를 탄 동반자라는 것이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며, 같은 성장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서로를 향한 적대감이 아니라, 그 관계를 지탱할 신뢰와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슬기로운 관계의 출발점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학부모는 자녀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전문가고, 교사는 교육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두 전문성이 제자리를 지킬 때 아이는 온전한 배움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협력이 무제한적 개입을 뜻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와 교사의 소통은 '언제든, 무엇이든'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상호 존중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사의 개인 연락처까지 민원이 침범하는 순간, 교육적 협력은 소진으로 바뀐다.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간섭은 아이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반대로 교사가 학부모의 불안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 진정한 신뢰는 감정적 친밀감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한 인정 위에서 자라나기 때문이다.

 

현장 갈등은 대개 누군가의 악의보다 기대의 차이와 소통 방식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이 소중한 관계를 개인의 선의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학교 차원에서 민원 응대 기준을 세우고, 교육청 단위의 민원 완충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학교장이 교사의 방패가 되어줄 때, 교사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학부모와 진심 어린 소통을 나눌 수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 곧바로 법적 대응이나 신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내 상담 기능을 강화하고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는 회복적 대화의 문화가 필요하다. 교사는 학부모를 잠재적 민원인으로 방어하지 않고, 학부모는 교사를 서비스 제공자로 매도하지 않는 인간적 유대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아이의 배움 지키는 첫 걸음

관계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교육의 혁신도 없다. 교실 풍경이 바뀌어도, 학부모가 학교를 의심하고 교사가 학부모를 두려워한다면 아이들에게는 상처만 남는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라는 세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구를 때 비로소 전진한다.

 

2026년 봄, 학부모와 교사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서로를 신뢰할 때, 학교는 다시 안전하고 따뜻한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조재범 경기 풍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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