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교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수업 중인 교사를 폭행하고,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으며, 심지어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희롱까지 서슴지 않는 ‘중대 교권 침해’ 사건이 매일같이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막아야 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요원하다.
일부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가 학생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빨간 줄’이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엄중한 사실은 교권 침해가 단순히 교사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를 넘어, 교실 내 교육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키는 범죄적 행위라는 점이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학생부에 기재돼 엄격히 관리하면서, 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심각한 교권 침해만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안 된다는 것인가?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마음대로 해도 큰 불이익이 없다”는 위험하고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진정한 교육은 행동에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학생부 기재는 가해 학생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낙인’이 아니라, 자신의 과오를 직시하고 성찰하게 하는 ‘교육적 책임’의 시작이 될 것이다.
처참한 학교의 현실 외면 안 돼
낙인 아닌 교육적 책임의 시작
국회·정부 입법 지원 속도 중요
교권 수호는 교사의 권리를 넘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교사가 학생 폭력과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에서 정상적인 수업과 생활지도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는 심각한 심리적 위축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자괴감에 빠진다. 이는 교직에 대한 열정 상실로 이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실 안의 선량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한 명의 문제 행동이 전체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방임이다. 중대 교권 침해 사실을 기록하는 것은 특정 학생을 압박하기 위함이 아니라, 교사의 안전한 교육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권을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정부는 매년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현재의 교권보호위원회 조치는 강제성이 약하고, 기록조차 남지 않아 재발을 막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실효성 있는 ‘제동 장치’가 없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가해 학생과 한 공간에 머물며 2차 가해를 견뎌내고 있다. 이제는 말뿐인 교권 보호를 끝내야 할 마지막 기회다. 국회와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적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중대 교권 침해행위에 대한 기록을 명문화해야 한다.
교육을 흔히 ‘백년지대계’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교권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국가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없고, 학생이 존중의 가치를 배우지 못하는 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 학생부 기재는 결코 보복적 수단이 아니라, 무너진 교실 질서를 바로잡고, 학교를 다시 배움과 성장의 공간으로 돌려놓기 위한 장치로서 작동할 것이다. 정치권과 교육 당국은 현장 교사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강력한 입법과 정책적 지원을 결단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