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대처법 알면 훈련·연습 싫어해
훈련하면 당황않고 본능적 대피 가능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남아시아에 엄청난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15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이재민, 피해액조차 알 수 없는 엄청난 물적 피해. 뜻하지 않은 대재앙에 대비해 훈련을 해두었다면, 많은 인명을 구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훈련이나 연습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막상 어떤 훈련이나 연습을 하려고 하면 대개 이럽니다. “그거 다 아는 건데 뭐 하러합니까”라고. 어떤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훈련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훈련이나 연습은 필요합니다. 재난은 순식간에 발생하고, 이 순간에 대처방법을 생각하기에는 사람의 기억력과 사고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머리 위에서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물체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피해야지요. 하지만 평소에 그러한 훈련이나 연습을 해놓지 않았다면 당황하여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실험이 있습니다.
피험자를 건물 바깥에 있게 합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떨어진 곳에서 실험자가 피험자 보고 자기 쪽으로 오라고 부릅니다. 피험자가 걸어갈 때 옆 건물 4-5층 되는 높이에서 바위를 떨어뜨립니다. 물론 실제로 바위는 아니고 바위처럼 스티로폼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때 실험자가 피험자보고 바위가 떨어진다고 소리칩니다. 위를 본 피험자는 바위를 피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바위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피하지 못하고 그냥 바위에 맞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그래서 민방위훈련이라든가 자연재해에 대비한 훈련, 운동선수의 훈련과 군인들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운동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된다”라는 지식만을 배우고 실제로 연습을 해보지 않으면 실전에서 잘 할 수 있을까요. 군인들이 “총은 이렇게 쏘는 거야”라는 교육만 받고 직접 훈련을 해보지 않으면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지진경보가 울렸을 때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일사분란하게 대피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습니다. 이런 훈련이 되어 있다면 실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거의 본능적으로 대피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는 비슷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것을 보고 기억한다 하여 오래가지 않습니다. 급우들 앞에서든 혼자서든 몸소 한 번 해봐야 배운 것을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고, 또 기억도 오래 갑니다.
훈련에서의 땀 한 방울은 실전에서의 피 한 방울에 해당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번 남아시아 지진해일을 보면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재난에 대한 훈련이 있었더라면 관계당국과 주민들의 발 빠른 대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