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초등생 생성형 AI 사용 금지

2026.07.20 17:44:56

"읽고 쓰기부터" 기초학습 회귀 선언
중학생은 교사 지도 아래 제한적 허용
종이책 확대·스마트폰·SNS 규제도 병행

노르웨이가 초등학생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읽기와 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습 능력을 충분히 갖추기 전에는 AI가 학습 과정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디지털 중심 교육을 재검토하며 종이책 활용을 늘리고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도 함께 강화하는 등 교육정책의 방향을 '디지털 활용'에서 '기초학습 회복'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 새 학년도부터 새로운 AI 활용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1~7학년에 해당하는 6~13세 학생은 학교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없으며, 중학생은 교사의 지도와 감독 아래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등학생은 AI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 향후 진학과 취업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기르도록 할 계획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AI를 전면 배제하기보다 발달 단계에 맞춰 활용 범위를 달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초등학생에게는 기초 문해력과 수리력, 사고력을 스스로 형성하는 과정이 우선이고, 이후에는 교사의 지도 아래 AI를 교육 도구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스퇴르 총리는 "AI 사용은 아이들이 교육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를 건너뛸 위험을 높인다"며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교육정책 전반을 재조정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부터 컴퓨터를, 2010년대부터는 태블릿을 교실에 적극 도입하며 종이책과 손글씨 비중을 줄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나친 디지털 의존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면서 종이책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교실 내 디지털 기기 규제도 잇따르고 있다. 노르웨이는 학업성취도 저하가 이어지자 2024년부터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고, 교사가 교실 질서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권한도 확대했다. 올해 4월에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방침도 발표했다. AI 규제는 이러한 교육정책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계에서는 노르웨이의 이번 결정이 생성형 AI를 무조건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발달 단계에 따라 교육적 활용 기준을 세분화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초등학교에서는 기초학습 역량을 우선 확보하고, 중등 이후에는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책에 담았다는 평가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각국이 학교 현장에서 활용 지침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초등학생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는 드문 편이다. 노르웨이는 AI 활용과 함께 스마트폰, SNS 사용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기기 규제를 병행하며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발달 특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재설계하고 있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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