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기만 하십시오, 지켜드리겠습니다”

2026.10.19 11:28:53

최근 경기 부천교육지원청이 추석 연휴를 기해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한 “가르치기만 하십시오.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은 짧은 문장이지만 그 속에는 오늘날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과 교육행정의 책무가 함께 들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 현수막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청의 의도와 지향점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가르침을 본업으로 하는 교사들에게 이 글만큼 격려와 응원이 되는 정책이 있을까 싶다. 이 글에서는 교사의 측면에서 이 슬로건이 내세우는 의미와 목적을 살펴보고 교육 당국의 의지와 비전을 높이 사기 위한 방안으로 이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한때 교사는 교실의 주인이었다. 학생을 가르치고 생활을 지도하며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이 교사의 본업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교사는 수업만으로도 부족한 존재가 되었다. 민원에 답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하며, 때로는 자신의 교육적 판단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방어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교육에도 ‘소비자주의’가 널리 침투함에 따라 공교육을 서비스로 간주하며 마치 학부모라는 고객이 왕인 양 교사의 교육활동에 지나친 요구와 간섭,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교사가 이러한 서비스에 군말 없이 당연히 응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 것처럼 모든 교사에게 부당하게 개인적인 불만을 늘어놓는 것이다. 이는 ‘내 자식 지상주의’에 입각하여 지극히 이기적인 요구 사항까지 비일비재하게 내포되고 있다. 이로써 결국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간섭하고 비난하게 되고 최근에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아동학대’ 또는 ‘정서적 학대’로 고소·고발하는 사건이 빈번함으로써 교실을 사법화로 전락시키고 교권 추락의 비극을 낳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가르치기만 하십시오”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이 시대 교육자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이는 결코 교사에게 다른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교사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인 ‘가르침’을 다시 교육의 중심에 놓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할 것이다. 그리고 “지켜드리겠습니다”는 더욱 중요한 공적인 책무성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단순한 격려의 말이 아니라 교육행정이 학교와 교사의 뒤에서 철저하게 책임지겠다는 약속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활동 보호가 중요한 정책 의제로 자리 잡았다. 교육부는 2024년부터 학교 민원을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은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처리하는 체계를 강화했다. 교권 침해 직통번호 1395도 개통했다. 경기교육청 역시 교육활동 보호의 목표를 ‘교육활동 및 학습권 보호를 통한 학교 교육력 제고’로 설정하고 경기교권보호지원센터 확대, 학교 교육활동 보호 지원시스템 구축, 교권 존중 문화 조성 등을 추진해 왔다.

 

부천의 움직임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천교육지원청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운영하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와 심의, 법률·행정 지원, 피해 교원의 상담과 회복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6년에는 교육활동 보호 업무 담당자 300명을 대상으로 관련 정책과 판례, 피해 교원 회복 지원, 사안 처리 절차 등에 대한 연수도 실시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지켜드리겠습니다”를 어떻게 실질적인 학교의 변화로 만들 것인가? 이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몇 가지로 압축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진 민원을 기관의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 학부모의 정당한 의견 제시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소통과 교사를 향한 부당한 압박은 구별되어야 한다. 학교에는 공식적인 민원창구와 면담 절차가 있어야 하고, 교사가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관리자와 교육지원청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 현재 이런 방향으로 개선을 해나가려는 전국의 시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지원청의 노력은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교권 보호를 학생과 교사의 대립 구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교사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학생의 권리를 빼앗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교사가 안정적으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도 안정적으로 배울 수 있다. 경기교육청 역시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역할을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뿐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연결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교권 보호는 ‘교사 편들기’가 아니라 교육의 편에 서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셋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닌 사전 예방을 위한 철저한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부천교육지원청이 예방 교육, 교육활동 보호 환경 구축, 민원 면담실, 회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과 연계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교사가 “문제가 생기면 교육지원청에 연락하면 된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신고를 망설이지 않고, 지원 요청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 지원체계의 진정한 성패는 조직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신뢰에 있다할 것이다.

 

넷째, 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교권 보호의 첫 번째 방어선은 교육지원청이 아니라 학교다. 학교의 관리자, 즉 교감과 교장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느 한쪽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적 원칙과 법적 절차에 따라 교사와 학생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 부천의 학교 교육활동 보호 계획에서도 교권보호책임관을 지정해 침해 사안 발생 시 초기 대응과 갈등 중재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다섯째, 교사에게도 ‘가르칠 자유’와 함께 ‘가르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약속은 교사의 모든 행동을 면책해 주겠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정당한 교육활동은 보호하되 부적절한 언행이나 교육적 책임의 회피까지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보호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교권 보호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결국 “가르치기만 하십시오.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은 단순한 1회성 홍보 문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교육지원청이 교사에게 보내는 행정적 약속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보내는 신뢰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수업하다가 민원을 걱정하고, 학생을 지도하다가 신고를 두려워하며, 교육적 판단을 하면서 법적 책임부터 생각해야 한다면 교실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교사의 권위가 아니라, 교육적 용기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에서 용기가 사라지면 학생에게 돌아가는 것은 결국 배움의 빈자리가 될 것이다.

 

교사는 아이를 가르치고, 학교는 교사를 지원하며, 교육청은 학교를 지켜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하고, 학생은 교사를 존중하며, 교사는 다시 학생의 성장을 위해 온 마음과 온 정신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교육공동체의 선순환이다. 교사를 지키는 것은 교사를 위한 일이 아니다. 교사가 가르칠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은 결국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천교육지원청의 정책적 의지를 우리 교육이 실천해야 할 새로운 약속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가르치기만 하십시오.” 그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 교사는 비로소 행정과 민원의 주변부에서 벗어나 교육의 중심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교육지원청이 진정으로 교사를 지켜준다면, 교사도 다시 교실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게 될 것이다. 교사를 지키는 교육행정, 교사가 지키는 교실, 교실에서 자라는 아이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할 교육의 가장 단순하고도 위대한 지킴의 주인공이라 믿는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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