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당 빗자루'

2005.03.25 12:13:00

사람 만들어 달라고 준 싸리매

英美型 체벌전통


한양의 저자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짚신이 ‘서린옥 짚신’이요 가장 값이 나가는 빗자루가 ‘서당 빗자루’ 였다. 값이 나간다는 것은 질이 좋았다는 것을 뜻한다. 서린옥 짚신은 서린동에 있는 감옥에서 죄수들이 돈도 벌고 여가를 메우기위해 만든 짚신이다.


서당 빗자루는 서당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 춘추에 한번씩 내자식을 매질하여 사람되게 해달라는 뜻으로 나긋나긋한 회초리 감 싸리나무 한아름씩을 훈장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 관례였다. 부모들이 한아름씩 꺽어다 준 싸리는 매로 쓰고도 빗자루를 만들어 시장에 내어 질이 좋기로 소문난 것이다.


이처럼 옛부모들은 내자식 사람 만들어 달라고 매를 꺽어 훈장에게 바쳤는데 부산의 한 학교에서 선생님이 매를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역현상이 보도되었다. 매질 좀 해서 아이 버릇 좀 잡아달아는 뜻이었을 게다.


대체로 아이들 훈육에 매를 쓰는 것은 기독교 문화권과 유교문화권에 속한 나라들 이었다. 프랑스의 앙리4세는 그의 왕자 사부(師傅)를 매질않고 가르친다하여 궁에서 내쫒고 있다. 몽테뉴의 ‘수상록’에 보면 ‘만약 학교교실에 피가 스민 버들가지(매) 대신 꽃나무가 걸려 있던들 얼마나 좋을까’했음으로 미루어 교실에서의 매질이 일상화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줄넘기 노래를 들어보자.


‘바닷가에서 굴러 죠니가 우유병을 깼다 내탓으로 돌리기에 나는 엄마에게 일렀다 엄마는 아빠에게 일러 죠니는 엉덩이 매를 맞는데 하나 둘 셋-’하고 줄을 넘으며 헤아려 나간다.


영국 생필품 가게에서 지금도 엉덩이 치는 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르쳐 인도하는 것을 편달(鞭撻)한다고 한다. 바로 매로 종아리 친다는 뜻이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삼강오륜의 틀에 맞는 인간형성 수단으로 종아리 치는 매는 필수였다. 이경근(李擎根)의 고암가훈(顧庵家訓)에 보면 어린 자녀 잘못 가르쳤다하여 회갑 가까운 아버지가 고희를 넘긴 할머니로부터 종아리를 맞고 울고 있다. 물론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라 노모의 매 때리는 기운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슬퍼 운 것이다. 그만큼 편달문화가 보편화 돼 있었던 우리나라다. 현대 학교교육에서 체벌의 유형을 3대별하고 있는데 영미형(英美型)과 대륙형(大陸型) 그리고 사회주의형(社會主義型)이 그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인간관과 교육관에 뿌리를 두고 체벌로 버릇을 다잡는다는 영미형은 영국의 식민지 였던 나라들로 28개국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도 이에 속하는데 유교주의의 훈육이 기독교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륙형은 체벌을 금지하고 불법화시킨 나라들로 59개국이 이에 속한다. 유럽에서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자유주의 국가들이 모두 이에 속하며 중동 여러나라들과 일본 대만도 체벌금지국이다. 프랑스도 이 체벌 금지국에 속하는데 매년 10만자루 이상의 상품화된 매가 팔리고 있다하니 법으로 금하는 것과 실제와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체벌을 사회주의 교육의 원리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이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는 나라들은 지금은 자유화됐더라도 체벌 금지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의 편달문화


우리 여염 풍속에서 어린자식의 버릇 고칠 일이 생기면 아버지는 야밤에 그자식과 더불어 조상 무덤앞에 가서 ‘조상매’를 맞았다. 자식의 잘못을 자신의 불찰로 자책코자 종아리를 걷고 상석위에 선다.


그리고는 자식으로 하여금 회초리를 꺽어다 핏발이 나도록 종아리를 치게 하는 것으로 조상에게 자식 잘못 가르친 죄과를 치렀던 것이다. 편달문화가 이토록 고차원으로 발달한 나라가 동서고금에 없었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전통의 잊혀진 자락에 과보호 속에 시들어 가는 꽃들에 생기를 돋우는 편달문화의 싹을 본다는 것은 싱그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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