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千身方

2005.06.27 10:20:00

천자문은 어문교육 아닌 종합교육

케이크를 만들며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과목을 국어, 수학, 사회생활처럼 나누어 가르치지 않고 한 주제를 놓고 여러 갈래의 지식과 지혜를 종합 복합시켜 가르치는 쪽으로 급속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다. 이를테면 어느 시간에 선생은 케이크를 만들 밀가루와 설탕, 계란 등 재료를 준비해갖고 온다. 선생은 밀가루와 설탕, 계란의 생산과정과 성분과 영양 용도를 스라이드를 통해 가르치고 케이크 만드는 실습으로 들어간다.


굽는 동안 베이킹 파우더를 넣으면 왜 빵이 부푸는가의 화학 교육을 한다. 구어진 케이크를 나누어 주면서 케이크의 중심각이 몇도인가를 계산시킨다. 제각기 계산치가 달라 평균값을 내는데 아무리 나눠봐도 나누어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순환소수라는 것을 설명하고 개수(慨數)내는 법을 가르친다. 이렇게해서 나누어준 케이크를 먹는데 먹는 매너까지 가르친다. 실생활에 맥락된 사회·수학·과학·가사·도덕 등이 종합되어 전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옛 서당교육도 첨단 교육이 지향하는 종합교육이었다. 필자는 초등학교 들어가기전에 집안 어른으로 참봉 벼슬하다 낙향했다는 훈장으로부터 천자문을 배웠는데 분할교육이 아니라 종합교육이었던 기억이 난다.


기초 한자를 가르치는 천자문을 한자를 가르치는 어문교육으로 알고있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다. 이를테면 천자문의 14행에서「珠稱夜光」이란 대목이 나온다. 네 한자의 획과 뜻을 익힌 다음에 생활주변에 볼수있는 염주구슬, 호박구슬, 수정구슬, 살구씨구슬 등을 나열하고 구슬의 용도며 내력이며 값어치를 설명하고 구슬은 야광으로 불리우는 놈이 제일이라는「주칭야광」의 뜻풀이를 한다. 그러고서 이 말에 얽힌 고사 이야기를 해준 기억이 난다.

서당교육의 기억


옛날 초(楚)나라 신하인 수후(隋侯)가 길을 가는데 소모는 아이들이 뱀을 때려잡는데 피를 흘리고 몸을 비틀고 있었다. 이에 수후가 아이를 꾸짖고 특정 풀잎으로 덮고 가루약을 상처에 발라 살려 보냈다. 한데 몇일 후, 달도 뜨지않았는데 뜰이 훤해지길레 수후는 도적이 든줄알고 칼을 빼어들고 살펴보았더니 뱀 한 마리가 구슬을 물고 있는데 그 구슬에서 그렇게 빛이나는 것이었다.


「나는 해룡왕(海龍王)의 아들로 뱀으로 변신하여 풀섶에서 놀고있는데 목동들에 잡힌 몸이 되어 죽을 곤욕을 당했습니다만, 선비님이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 밤에 빛나는 구슬을 받치고자 합니다」하고 사라졌다. 이 구슬을 초왕에게 받치고 왕은 이 구슬로 밤을 밝혔으며 나라의 보배로서 대대로 전승해내렸다 했다.


천자문의 이 주칭야광은 넉자의 글을 익히는 어문공부에 그치지않고 그 속에 본초나 과학의 지식도 있고 수신 도덕의 지혜도 있으며 사람과 짐승까지 결속시키는 철학까지 내포된 종합교육임을 알수가 있다.


천자문의 별칭이 천신방(千身方)이다. 인생 살아가는데 천가지 교훈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고사로써 담겨져있기에 생겨난 별칭이다. 한국의 옛스승은 전문 인간이 아니라 총제적 종합인간이어야만 했음을 이로써 미루어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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