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부로 교원의 임용 전 산업체 근무경력 인정률이 최고 8할까지로 상향 조정됐지만 교육부가 이를 실업고 교원만으로 제한해 호봉 재획정에서 제외된 인문고, 중학교 교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11일 교총과의 정기교섭에서 산업체 근무경력 인정률을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반영한 ‘산업체 등 근무경력 교원의 임용 전 경력 환산율 상향조정업무처리지침’을 4월 24일 시도교육청에 시달했다.
내용은 △법령에 의해 설립된 법인, 연구기관 근무경력자 7할→8할 △상법에 의한 합명․합자․주식․유한회사 근무경력자 6할→8할 △사업자등록이 된 개인사무소 등 기타 직업에 종사한 경력자 5할→7할로 상향 인정하며, 인정 대상 교원은 실업계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중등학교’ 교사(준․실기교사 포함)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등교사’라는 공문 내용이 무색하게도 각 시도교육청은 인문고와 중학교 교사를 제외해 교사들의 문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인천의 모 인문고 기술교사인 박 모 교사는 교육부에 대한 공개질의에서 “과거 4할에서 6할로 올릴 때는 인정해 주다가 6할에서 8할로 할 때는 교육부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적용 잣대를 달리하는 것은 정책 불신을 낳는다. 본인은 중학교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는데 그러면 소급해서 월급을 까야 하는 것이냐”며 “중학교나 인문고에 근무하는 실업분야 교사들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침의 본래 취지가 실업고 활성화에 있는 것이어서 실업고 근무 교사에 한해 해당된다”며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국가 재정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기계’ 자격을 소지하고 중학교에서 기술을 가르치는 도 모 교사는 “기업체 근무경력이 있어 이번 조치로 8할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해당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실업고가 아닌 중학 기술교사로 발령 나 근무하는 교사도 많고, 심지어 지난해까지 실업고에서 근무하다 올해 중학 기술교사로 발령 난 교사도 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유 모 교사는 “지침에 ‘중등교사’라고 했으면 그대로 시행하면 되고, 실제로 과거 중학교나 인문고 교사도 인정해 준 시도가 많다”면서 “10년간 실업고에 근무하다 작년에 인문고에 발령 난 교사는 불이익, 10년간 인문고에 다니다 작년에 실업고로 온 교사는 혜택을 받는 것은 몰상식”이라고 비난했다.
임용 전 의학 관련 회사와 화학공장에서 산업체 경력을 쌓고 현재 인문고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정 모 교사는 “이를테면 장기이식에 관한 수업 시 의학계통 근무경력을 살려 실제적이고 생생한 학습을 유도하고 있어 반응도 좋다”며 “산업체 경력으로 교육에 실질적인 보탬을 주는 교사들을 실업고 교사와 차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따졌다.
더욱이 2002년 경력 인정률 상향 조정 시에는 서울, 경남, 제주 등 8개 시도가 ‘중등교사’라는 지침을 적용해 중학교와 인문고 교사도 경력을 인정하고 호봉을 재획정해 준 것으로 드러나 형평성 시비를 가열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당시에도 ‘중등학교 교사’로 적용대상을 명시한 지침을 내려 보냈고 절반의 시도가 교육부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문구대로 적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시도 담당자가 바뀌다보니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는 해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중등교사’라는 지침대로 한 걸로 안다”면서 “이제 이걸 다시 바로잡으려면 호봉체계에 대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교육당국의 혼선과 고무줄 잣대로 교사들만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교섭 당사자였던 교총은 25일 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건의서에서 “학교급별, 계열별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강력히 촉구했다. 교총은 “2002년과 달리 이제 와서 중학교와 인문고를 제외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잘못 추진된 정책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의 여파도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더욱이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학교를 옮긴 교원들을 제외시킨다면 이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향후 중학교와 인문고 기피현상마저 초래할 것”이라며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 교육단체지원과 담당자는 “6월 2일 오후 시도인사담당장학관 회의를 열어 산업체 경력인정 논란에 대한 후속조치와 적용 범위 조정여부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며 “시도별로 확대 적용할 경우 몇 명이 늘고 예산은 얼마나 늘지 현황을 파악해 논의하고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