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생이 새터민 과외봉사

2006.06.27 15:36:00

대원외고 이용원군

“이거 다시 설명해 주세요.”

지난 5월부터 새터민 강성모(가명․중1) 군을 집으로 불러 영수 과외봉사를 하고 있는 이용원(대원외고 1년) 군. 벌써 다섯 번째 같은 수학문제를 설명해 달라는 통에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가슴이 철렁한다. 학교 선생님께 배운 대로 다시 설명하니 이번엔 이해를 한 듯하다. ‘더 쉬운 방식이 있는데 왜 저렇게 설명하시지’ 하고 거만(?)하게 바라봤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기왕에 하는 봉사활동이니 뭔가 색다르고 의미 있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는 용원이. “5월부터 쉬는 토요일을 이용해 영수 과외를 하게 됐어요. 부족하다 싶으면 주중에도 할 생각이고요.” 옆 반 친구도 새터민 6학년 과외를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용원이는 과외 첫날부터 오히려 강 군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한국에 먼저 와 있는 부모님을 찾아 2002년 탈북한 용감한 동생이에요. 여름방학에는 중국어 공부를 위해 동생과 단 둘이서 배낭여행을 떠난답니다. 나로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일이에요.”

생생한 북한 문화를 전해 듣는 건 덤이다. “평양시에 있는 고급차들은 모두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고 그 외 지역엔 낡은 화물차만 다닌데요. 화물차가 언제 차도를 벗어날지 몰라 횡단보도에서는 2미터 뒤에 서 있는데요.”

새터민 강 군은 아직 1차 방정식 ‘X 플러스 Y는 3(x+y=3)’을 ‘X 더하기 Y 같기는 3’이라고 읽어야만 이해할 정도로 수학용어에 낯설다. 하지만 몇 번이고 되물어 결국 자기 것으로 만드는 학습의욕과 탐구력은 대단하다.

용원 군은 “국내에는 이처럼 공부가 하고 싶은 새터민 학생이 많다고 들었다”며 “과외봉사가 활성화되고 영어마을과 방과후 학교에도 이들이 마음껏 참여하도록 나라에서 충분히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철 csc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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