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된 사립학교법과 시행령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재개정 의지를 다지고 있고 사학은 정관 개정을 보류하는 등 불복종 운동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행내용=우선 법인들은 사학법과 시행령에 맞춰 정관을 고치고 이에 따라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거나 결원된 이사를 개방형 이사로 충원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중 무엇보다 핵심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다. 법 시행 전이나 후에 임기만료 등으로 결원이 된 이사진은 개방이사가 법인 이사정수의 1/4이 될 때까지 무조건 개방이사로 충원해야 한다. 개방이사 수 산정시 소수점은 절상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사 정수가 7명이라면 2명 이상의 개방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개방이사는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원회에서 2배수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선임한다. 학운위야 초중등 학교에 모두 설치돼 있으므로 문제는 대학평의원회 구성이다.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대학에서 정하되 교원, 직원과 ‘학생’을 반드시 포함하고 동문 등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현재 대학들은 대부분 평의원회를 두고 있지 않은데다 있다 해도 학생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향후 구성시 진통이 예상된다.
개정 사학법 제24조에 따르면 개방이사는 임기만료일로부터 2월 이내에 보충해야 한다.
개방이사의 자격요건과 관련해 시행령에서는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자격요건, 추천방법,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학교실정에 맞게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다. 종교계 사학을 의식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종립학교의 경우 건학이념에 비추어 ‘동일교단의 신도’ 등으로 개방이사 범위를 한정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단체 인사를 배제하거나 기부금을 낸 동문으로 추천 대상으로 제한하는 등 사회통념에 반하는 사항을 정관에 규정하는 것은 불허된다.
이사장 친인척의 이사 비율을 기존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축소해야 하지만 법정 안정성과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임기는 보장하되, 만료 후에는 비친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또 사학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학교는 물론 다른 사학의 학교장을 겸직하지 못한다. 따라서 7월 1일 이후로는 교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 금지 조항도 일단 재직 중인 교장, 총장의 임기는 보장하고 만료 후부터 적용하게 된다. 연임이 가능했던 임기에도 제한이 가해져 7월 1일 이후 임기가 끝나면 개정법에 따른 임기(4년, 1회 중임)가 적용된다.
또 사학의 내부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법인에 두는 감사 1명을 학운위, 대학평의가 추천한 단수 인사로 임명해야 한다. 재임 중인 현 감사의 임기는 일단 보장된다.
학교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장이 예산을 편성하되 학운위의 자문을 거쳐 이사회 심의ㆍ의결로 확정하고, 이사회 회의록은 회의 후 10일 내에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3개월간 공개해야 하며, 학교법인은 임원의 성명, 주소, 임기뿐 아니라 현직 및 주요 경력을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해야 한다.
▲사학반응=법이 시행되면 각 법인들은 정관 개정, 결원된 임원에 대한 개방이사 선임, 대학평의원회 구성 등을 해야 하지만 일단 사학측은 모든 작업을 ‘보류’한 상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박종순 목사)와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본부장 안영로 목사)는 이미 지난달 15일 ‘정관개정과 개방이사 선임을 거부하여 개정 사학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도록 강력히 지도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한기총 회원교단과 단체 및 한국기독학교연맹 등에 발송했다. 또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거나 국회에서 사학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정관 개정을 보류할 것을 주문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 종단이 운영하는 사학만 430여개교로 그 파급효과는 일반 사학에까지 미칠 전망이다.
한기총은 “7일 종교계를 비롯한 전체 사학 관련 단체, 학교법인 이사장들이 모여 연석회의를 갖고 정관 개정 거부 등 구체적인 불복종 방향과 정권 퇴진 운동 등을 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도 지난달 26일 전국 1200여 법인에 정관 개정을 보류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사항을 통보했다. 정관을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방이사 선임이나 평의원회 구성 등 개정 사학법 시행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사학법인연합회 관계자는 “헌재 판결이 임박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상황에서 1200개 학교법인이 섣불리 정관을 개정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사립중고법인협의회도 “개방이사 도입, 대학평의원회 구성 등은 모두 위헌 요소가 크다”며 “무턱대고 시행했다가 위헌 판결이 난다해도 한번 도입한 건 원상복구가 어렵다는 점에서 유보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한 두 명의 이사가 임기만료를 맞는 법인은 이사 선임 자체를 안 할 것이고 다만 절반 이상이 임기가 만료되는 특수할 법인만 개방이사를 포함한 이사선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 수의 과반이 결원이 되면 의결정족 수가 안 되는 등 학교운영에 차질을 빚어 관선이사 파견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7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리는 사학법 긴급대책 연석회의 결과가 향후 사학법 시행에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