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국회에 거는 마지막 기대

2006.11.16 13:49:00

지난 11월 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는 예상을 뒤엎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상을 뒤엎고’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당시 교육계가 교육위원회를 시·도 상임위원회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는 상황이었고, 제5대 교육위원 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교육자치법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사중계 시스템을 통해 현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법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시작하면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무거운 마음’이라는 말과는 달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끝내 일을 저지르고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개정 교육자치법이 발효되어 정치판으로 바뀌어 가는 교육현장을 보면서도 그들이 계속 미소를 지을지 의문이다.

17명 중 15명이 초선의원으로 구성된 초보 교육위원회는 용감했다. 그들에게서 고뇌와 진지함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교육계로서는 교육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법률안이었지만 그들의 관심의 초점은 표결을 할 것인가, 관례에 따라 여야 간사의 합의를 존중하여 만장일치로 의결할 것인가에 있었다. 법안이 교육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찾을 수 없었고, 국회 교육위원회의 관례를 깨고 표결하는 아쉬움만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은 교육의 미래보다는 여야 간사간의 합의를 택했다. 그들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교육자치법이 철저히 정치논리에 의해 개정되는 생생한 현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2명의 반대는 다수의 정치논리에 묻혀버렸고, 말을 해야 할 의원들은 입을 다물거나 기권하고 말았다. 그들은 역시 정치인이었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에 대해 교육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제 집요하게 교육자치의 발목을 잡아왔던 주민대표성 시비는 잠재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의원 선거구가 국회의원 선거구보다 주민대표성이 더 커지게 됨에 따라 새로운 위헌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의원은 직능대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했지만, 직능대표가 선거구를 가진다면 일반 주민대표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앞으로 국회의원도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선거구별로 직능대표를 국민직선에 의해 선출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때 국회 교육위원들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여야가 정당명부제를 통해 비례대표로 교육의원을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은 이러한 법리적 모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주민직선의 교육의원과 시·도의원으로 시·도 교육상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법리상 문제가 있어서 대안으로 검토했던 정당명부제에도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시·도 교육상임위원회 제도 자체를 재검토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들은 문제를 봉합한 채 시·도 교육상임위원회 제도로 다시 회귀하고 말았다.

이제 지방교육도 정당간 야합에 의해 정치적으로 좌우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교육의원 정수를 과반수가 되도록 했다지만, 과반수가 교육정책의 정치적 오염을 막고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에 비춰볼 때, 교육의원들만으로는 의안발의 조차 할 수 없는 절름발이식 교육위원회가 불가피하리라 본다. 교육예산은 시·도의원들의 지역구 관리와 정당간 정치적 흥정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현재 교육위원회 제도가 이중의결의 비효율성을 안고 있으나, 교육위원회 의결사항을 시·도의회가 수정할 때는 정치적 부담을 갖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부담 없이 시·도의원들의 정치적 목적에 교육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국회 법사위원들의 양식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국회의원들의 교육에 대한 애정을 본회의장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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