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정부가 쥐고 깜짝쇼나 하진 않겠다”

2006.11.20 09:12:00

정치.경제논리 교육 지배 안돼
7% 성장으로 교육재정 확충
자율성 전제로 대학 특화해야

이날 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시장은 3불정책, 교육자치제, 교육재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아직 뭘 말하겠는가”라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뼈 있는 담론으로 좌중의 시선과 미소까지잡았다.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실에 아파트 담당만 있지 교육 담당이 있느냐” “그 뛰어나던 사람들이 왜 교육부만 들어가면 똑같아 지는지 불가사의하다”며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그는 “내년이 교총에게도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현명한 ‘선택’을 요구했다.

◆일문일답

▲이원희 교총 수석부회장=오늘 이 전 시장님이 ‘나를 키운 건 스승이었다’고 말한 것에 희망과 긍지를 갖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리 학생들은 ‘내겐 스승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우리 교육이 지난 10년간 퇴보와 실패를 거듭했다고 평가할 대목입니다. 초중등 교육은 입시에 매몰됐고 사교육의 성행으로 학생, 학부모가 고통을 겪고 있으며 지역간, 계층간 교육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학은 평준화 이념에 사로잡힌 정부의 3불 정책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우선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 가기를, 그리고 학교에서 즐거울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모든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봅니다. 입시에만 쫓긴 학생들은 절대 21세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학교가 즐겁도록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내포될 겁니다. 3불 정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결론을 갖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섣불리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교육부가 지난 30년간 대학교육을 관장해서 뭘 얻었는가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차라리 그 때 대학에 자율권을 줬더라면 처음에는 혼란이 있었겠지만 지금쯤은 경쟁력 있는 체제를 갖췄을 것으로 봅니다. 교육부의 근시안적이고 획일적인 지도감독은 유감스럽고, 또 그 효과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교육정책은 미래에 대해 예측가능해야 하고 아무리 사회 변화가 빨라 그 사이클이 짧아지더라도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합니다.”

▲조금세 부산교총 회장=우리나라 교육재정이 파탄지경입니다. 2003년 개정된 교부금법은 봉급교부금을 폐지하고 교부율을 19.4%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4~6조원이 과거에 비해 결손이 생기고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교부금법이 재개정되는데 교육부는 교부율을 2010년에야 20%로 올리는 가장 소극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또한 이전에 있었던 교육문화수석을 없애고 사회문화수석 밑에 담당을 두는 등 교육을 홀대하고 있습니다. 교육재정 확충할 방안이 있으신지요.

“청와대 사회문화수석 밑에 교육 담당은 없지 않습니까? 그 밑에는 아파트 담당만 있는 걸로 압니다만…. 예산 문제는 이렇습니다. 지금은 총액이 자꾸 줄어드는데 이것을 갈라 쓰려니까 싸움이 나는 겁니다. 총액을 늘려야 합니다. 현재 경재성장률이 3.9퍼센트 정도인데 이것을 7%로 끌어올리면 교육재정이나 국방 등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총액을 늘리는 것보다는 자꾸 그걸 쪼개 쓰는 데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교육재정을 GDP 몇 퍼센트로 올리겠다고 공약처럼 말하기 보다는 우선 총량을 늘리고 그만큼 교육재정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배종학 전국국공사립초중고교장협의회장=지난 7일 시도교육위를 시도의회로 통합시키는 교육자치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고 12월 초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야말로 이는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재정자립도가 다른 시도 간의 교육차별화도 심화되고 특정 정당이 지배하는 지방의 교육도 우려됩니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조화하는 방안은 없겠습니까.

“이 부분은 당에서 이미 안을 올려놓은 상태라 오늘 제 입장을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을 듯합니다. 다만 지방별로 재정자립도가 다른 문제는 조세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교육의 정치화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바가 있고 계속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시도간 교육격차, 교육의 정치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계, 정치권과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임근범 교총 대의원=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교육은 근본적으로 사제간의 신뢰가 기본입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이후 교사자격증이 없는 교원을 확대하는 교직개방과 학생의 교원평가 등 지나치게 수요자 중심적이고 경쟁논리를 접목시키려는 정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제계 일선에 계셨던 분으로서 교육발전과 경제 논리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한다고 보시는지.

“요즘 지방으로 가면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 학교가 비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교육도 경제 논리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 논리가 교육을 지배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경우를 따져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교육발전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인교육은 입시제도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덕심 서울 서초구교총 회장=최근 교원의 권위와 위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학생,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교권과 위상이 떨어지면 교육의 미래도 0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개선책이 있으신지요.

“잘잘못을 떠나 교사를 폭행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주위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여전히 많고 그런 교사들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높습니다. 다만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면만 대서특필 되는 면이 있습니다. 어떤 제도나 정책을 말하기 보다는 무엇보다 교총을 비롯한 교직사회와 일반 사회, 정부가 함께 교원이 존경받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교사 스스로도 존경받을 수 있도록 자질을 함양해야 하겠고요.”

▲남윤제 교총 대의원=시장님은 대운하 건설을 주요 정책으로 말씀하십니다. 교육이야 경제는 물론 정치와 기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만, 대운하 건설에 필적할만한 획기적인 교육정책을 갖고 계시면 말씀해 주시지요. 그리고 1997년 교원노조 합법화 이후 7년이 흐른 지금 전교조, 한교조, 자유교조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사관계를 기본으로 한 현재의 교원노조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갈수록 질문이 어렵습니다…. 우선 교육은 국민들이 깜짝 놀랄 만한 제도나 정책을 만드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육정책은 충분히 검토해 신중히 마련하고 차분히 추진해야 합니다. ‘조용한 정책’을 내놓고 추진하겠습니다. 교원노조와 관련해서는 전교조의 경우 그 시대적 상황에서 탄생의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빠른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현재는 그 존재 의미가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 변화에 맞게 위상과 역할을 바꿔야 국민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윤수 교총 부회장=현재 우리나라 대학 이수율은 세계 5위지만 대학 국제경쟁력은 60개국 중 52위로 최하위권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국립대를 선택적으로 특수법인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교육투자비가 엄청 증가하고 기초 학문이 고사될 위험이 큽니다. 법인화에 대한 합리적 방안이 있으신지요.

“이 문제는 그간 정부 간섭에 시달리던 대학들이 세계 100대 대학에 우리 대학이 단 한곳도 없게 된 현실에 직면하고 제기한 문제입니다. 법인화가 돼도 경쟁력이 있는 국립대학에서 대두된 것입니다. 결국 대학에 자율성 부여를 전제로 한다면 대학의 특화는 필요합니다. 우리가 IT 강국이라지만 인도 대학으로 유학을 가지 않습니까. 교육과 산업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학에 따라 특성화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대학의 자율화와 법인화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조성철 csc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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