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4월 유시민 장관의 연금개혁론에 이어 7월 행자부 장관이 ‘연내 개편안 마련’을 발표했고 곧바로 학자․시민단체․언론을 중심으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가 꾸려졌다. 처음에는 정부의 용역을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무원 연금 개편방안도 곧 나올 전망이다. 연금법 개정안은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최종 방안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공무원 연금은 ‘지금보다 더 많이 부담하고, 더 적게 받는’ 구조로 개악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국민연금과 비교해 공무원이 훨씬 더 많이 받는 만큼 고통분담 차원에서 공무원 연금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일반 국민의 감정을 압박 수단으로 교묘히 이용하는 양태다.
◇정부 논리와 개정방향
정부는 현재 하루 800억 원 씩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민연금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민들이 개혁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각각 1977년, 2000년에 기금이 고갈된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을 위해 정부가 매년 수 천 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현행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고부담저급여’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의 기금 적자를 오로지 연금의 저부담고급여 구조 탓으로 돌리는 셈이다.
개편방향은 여러 가지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본인 기여금의 인상이다. 현재는 보수 월액의 8.5%를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8.5%를 정부가 분담하고 있는데 본인 부담을 12~20%로 늘린다는 것이다. 급여율 후퇴도 고려되고 있다. 현재는 (33년 이상 가입자의 경우)최근 3년간 평균소득월액의 76%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60% 이하로 낮춘다는 것이다.
또 급여산정기간을 현재 퇴직전 3년 평균보수월액에서 생애 평균보수월액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이밖에 현재 단계적 60세인 지급개시연령을 65세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교원과 일반 공무원의 연금 수혜 폭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얼마나 적게 받게 되나
급여율의 감액비율, 연금액 지급개시연령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몇 가지 기준을 설정해 예상하면 최소한 앉아서 1, 2억 원을 손해 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교총 정책교섭국이 내 논 자료에 따르면 10년 후 퇴직하는 33년 가입자의 예상 평균보수월액은 350만원으로 이를 현 급여율에 적용해 월 퇴직연금을 환산하면 266만원(350만원×76/100) 정도가 된다. 그러나 급여율이 20% 후퇴할 경우 70만원이 삭감된 월 196만원이 된다. 이를 20년간 받는다면 현 물가를 기준으로 해도 1억 6800만원을 덜 받는 셈이다.
급여산정기간이 퇴직전 3년에서 생애 평균으로 변경될 경우, 2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측된다. 퇴직전 3년 평균보수월액이 350만원인 경우 생애평균은 약 225만원으로 125만원이 삭감된다. 이를 20년간 받는다면 약 2억 2800만원(125만원×76/100×240개월)이 줄어든다. 또 지급개시연령을 65세로 조정할 경우도 1억 6000만원(266만원×60개월)의 손실을 입게 된다.
◇교총․공무원의 반대 논리
공무원 노조와 교총 등으로 구성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부실 운용으로 초래된 기금고갈의 책임을 공무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개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일선 학교 등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앉아서 수 억 원을 손해 보느니 개악 전에 명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술렁인다.
정부가 선진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부담금을 내면서 연기금을 공무원 구조조정비로 불법 전용하고 눈 먼 돈처럼 국가 재정으로 가져다 써 고갈을 초래해 놓고 그 원인을 ‘저부담고급여’ 구조에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과의 비교 오류=국민연금과의 금액 차이만을 단순히 강조하며 일방적 개정을 주장하는 정부에 대해 공대위는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 당시 정부가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으로 퇴직 후의 높은 연금을 약속하면서 현재와 같은 지급수준이 결정된 것인 반면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기초생계 보장을 목적으로 시작된 만큼 단순 비교는 오류”라는 지적이다.
개인 부담금이 국민연금은 월 보수의 4.5%지만 공무원연금은 8.5%로 두 배인 것도 큰 차이다. 공대위는 “국민연금에 비해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받는 구조라 연금액이 많은 수밖에 없는 이치”라고 설명한다.
-낮은 정부 부담금=공대위는 사용자로서 정부가 선진 외국만큼 재정을 부담했다면 연기금 부실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연금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공무원 부담금(7.85%)을 제외한 전액을, 미국(32.8%)과 일본(25.6%)은 공무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부담하고 있다.
-정부의 연기금 부실운영=연기금 고갈의 가장 주된 이유는 정부의 부실 연금 운용과 책임의식 결여, 중장기적 계획 부족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정부는 98년 IMF 당시 11만여명의 공무원을 구조조정하면서 퇴직수당 등 비용 5조원을 정부가 부담하지 않고 모두 연기금에서 충당해 기금고갈을 재촉했다. 또 2005년 철도청 공사화로 3만 9000여명을 퇴직시킬 때도 3000여억원을 연기금에서 지급하고 정부가 부담해야 할 군복무 경력자 소급부담금 미납액 3586억원도 연기금에서 가져다 썼다.
또 증시안정을 목적으로 한 주식투자 등으로 6400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정부 재정에 연기금 7000억원을 강제로 예탁시키는가 하면 재해부조금, 사망조의금, 퇴직급여 등 정부 부담 비용도 연기금에 전가시켜 1조 5000억원의 손실을 가져왔다.
공대위는 “공무원의 피 같은 돈을 잘만 운용했어도 오늘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비판한다.
◇연금개악저지공대위의 요구
한국교총, 한교조, 공무원노조총연맹, 전공노, 재향군인회 등 8개 단체로 이뤄진 공대위는 “국민연금의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공무원연금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 행태를 기필코 저지할 것”이라며 5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요구사항은 △공무원연금 개악 공작 즉각 중단 △특수직에서 일반기업체와 같이 퇴직금 100% 지급 △정부의 연금부담률 국제수준으로 인상 △국민연금과의 단순 비교 금지 △연금개악의 산실인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의 즉각 해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