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이상한 돈타령"

1999.04.19 00:00:00

서울시교육청은 정년퇴직자의 원만한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매년 2차례씩 실시하던 '퇴직예정자 사회적응 교육'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슬그머니 없애 버렸다. "돈이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설득력은 없다. 3일간의 연수비용이 1인당 3만원에 불과하기 때문.

올해는 정년단축으로 퇴직자가 급증했지만 예년의 경우 평균 4백여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간 1천2백여만원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연수에는 1백74명(초등 81명, 중등 93명)이 참가했다.

일선에서는 "평생을 교단에 몸담고 명예롭게 떠나는 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연수마저 없어진 현실이 안타깝다"며 "퇴직예정자를 위해 1천여만원의 연수비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주 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수가 없어진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일선의 문의에는 고압적인 자세로 답변조차 피하고 있다. K고의 한 원로교사는 "교원정책과의 담당자는 '돈이 없어 못한다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돈타령'을 늘어놓는 시교육청이 '서울교육새물결'이라는 격주간 소식지 제작에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달부터 1만1천부씩 발행되는 새물결지는 원고료와 부대비용을 제하고 인쇄에만 매회 7백여만원이 들어간다. 각급 교육기관(학교)· 학교운영위원 등에 배포되고 있으며 교육감 동정, 학교소식, 운영위소식, 문예, 인사, 각종 법령 등이 주로 게재된다.

4호까지 발간된 새물결지에 대해 일선에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보도나 공문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라며 "특별히 볼 것도 없는데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시교육청 내부에서조차 "요즘 같은 시기에 엉뚱한 일을 한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는 뒷말이 무성한 실정.

본청 전문직을 거친 한 교감은 "학교에 나뒹구는 소식지 제작에 수 억원을 쏟아 붓는 시교육청이 1천만원대의 퇴직예정자 연수를 못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돈타령만 하지 말고 효율적인예산집행 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고 말했다.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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