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공무원 연금법 개정시안에 대해 당사자인 공무원과 비용부담의 주체인 국민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를 차기정부에서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8일 한나라당이 연 ‘공무원 연금, 어떻게 할 것인가’ 2차 토론회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정책교섭국장은 “시안 마련 과정에서 행자부는 당사자인 교원과 공무원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했다”고 지적하고 “국민 지지율이 10%에 불과한 정부가 아닌 차기 정부에서 여러 이해단체가 참여해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대책 없이 곡간 비운 정부가 그 탓을 머슴들 세끼 밥에 돌리며 쇠경 깎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하면서 “연기금 고갈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 처벌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단축을 연차적으로 하자는 교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시에 11만명의 공무원을 구조조정하면서 4조원의 연기금을 부당하게 고갈시킨 게 정부”라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고경력자들의 손해가 적다고 홍보하지만 그렇게 믿는 이가 없어 명퇴 신청자가 3배 이상 급증한 상태고, 또 10년 이상 재직자들은 15% 가까이 퇴직소득이 줄어든다”며 “국민연금과 단순비교를 통한 여론몰이식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우 인제대 교수는 “선진국들은 단순히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가 아닌 다양한 정책적 목표가 융합된 직역별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은 독직 또는 부패 억제나 인사정책 등의 수단으로서 운영된다”며 “국민연금과 형평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그런 정책적 목적을 스스로 포기하고 다른 차원의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경인 재향군인회 조직복지부장은 “소령 제대의 경우 일반공무원보다 퇴직이 15년이나 빠른 셈이며 이들 중 70, 80퍼센트는 재취업의 기회를 잃고 있다”며 “이처럼 짧은 정년, 자녀 교육기회 제한, 각종 사고, 노조 불허 등 헌법상 기본권도 제한된 군인들의 특수성을 고려치 않고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것은 재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령으로 예편한 내가 받고 있는 연금이 월 145만원”이라며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갈 시기에 이 돈으로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반대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고경력자의 경우 거의 손해가 없어 내심 안심할 부분이 있는 반면 신규 공무원은 기여금이 50%나 증가하고 퇴직소득이 30%나 줄어 공무원간 갈등의 소지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개선시안은 단순히 급여수준을 깎는 정도의 불완전한 방안”이라며 “공무원도 기본적인 소득보장은 국민연금 가입으로 해결하고, 여기에 직역 특성에 맞게 퇴직수당제를 퇴직연금제로 전환해 보완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병국 함께하는 시민행동 참여예산팀장도 “신규 공무원의 고부담으로 재직공무원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꼴”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토론자들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한나라당도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 연금은 근로자인 공무원과 사용자인 정부 사이의 노사관계에 일반 국민의 이해가 얽힌 중요한 문제”라면서 “공무원 노조와 최대한 협의해서 최대공약수를 찾아 합의안을 국회로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기현 제1정조위원장도 “조만간 한나라당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