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의 학급당학생수는 10년 새 10명 이상 줄었지만 학급당 36명이 넘는 과밀학급은 되레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20명 이하인 과소학급도 늘면서 ‘학급양극화’가 학교 교육력을 잠식하는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과밀학급 증가 추세=1996년 각각 35.7명, 46.5명, 48.7명이던 초중고 학급당 학생수는 2006년 30.9명, 35.3명, 32.5명으로 크게 줄었다. 꾸준한 교원 채용과 저출산의 영향이다. 그러나 꾸준히 줄어드는 학급당학생수를 비웃기라도 하듯 2004년 이후 과밀학급 수는 오히려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중등학교에서 두드러진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중학교의 경우, 2004년 학급당학생수가 41명 이상인 초과밀 학급이 6980개였다. 이것이 2005년에는 8191개, 2006년에는 8626개로 크게 늘었다. 학급당 36명~40명인 과밀학급도 2005년에는 2만 4603개였지만 지난해에는 2만 5821개로 1200개나 늘었다.
고교도 마찬가지다.
2004년 41명 이상인 초과밀 학급이 1223개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1564개, 2006년에는 1630개로 2년새 400개가 늘었다. 학급당 36명~40명인 과밀학급은 2005년 1만 1886개에서 2006년 1만 1641개로 200여개 줄었다.
초등교는 과밀학급이 줄고 있는 추세다. 2004년 1만 9223개, 2005년 1만 3436개에 달하던 41명 이상 초과밀 학급 수가 2006년 8538개로 급격히 줄었다. 또 2005년 3만 5899개에 이르던 36명~40명 학급도 2006년 3만 1215개로 줄었다.
그러나 경기도의 과밀학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06년 4월 현재 36명 이상 과밀학급 3만 9758개 중 경기도에만 2만 1개가 있다. 41명 이상인 학급 8538개 중에서도 경기도가 차지하는 숫자가 6528개다.
이 같은 과밀학급 문제는 이농, 탈농에 의한 도시 및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학생 수가 늘면서 신속한 학교 신증축과 교원 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재원 부족, 저출산 대비 교원감축, 학교 공동화 등의 이유를 들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중학교의 경우, 41명 이상 학급이 2004년 444학급, 2005년 463학급, 2006년 621학급으로 급증했다. 광주도 41명 이상 학급이 2004년 357학급, 2005년 551학급, 2006년 641로 늘었으며, 경기도는 2004년 3410개던 41명 이상 학급이 2005년 3537개, 2006년 3619개로 증가했다.
고교도 경기도의 경우 2004년 41명 이상 학급이 470개였지만 2005년 655개, 2006년 710개로 늘었고, 36명~40명인 학급도 2005년 3183개에서 2006년 3628개로 급증했다. 광주도 2005년 36명~40명인 학급수가 455개에서 2006년 580개로 늘었고, 울산도 2005년 36명~40명 학급이 538개에서 2006년에는 602개로 늘었다.
▲저출산 대비 교원감축=열린우리당 최재성(경기 남양주갑․교육위) 의원은 “경기도만 해도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수만명의 교사가 충원돼야 하는데 정부는 저출산에 따른 장기적인 학생수 감소와 교육재정 부족을 내세우며 공교육 정상화에서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향후 15년간 경기도 인구는 275만 명이나 늘어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 교실과 교원도 이에 맞춰 줄여야 한다. 남아도는 농어촌 교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등의 인구 유입지역의 올 일반계고 학급당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3~6명이나 증가해 과밀학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진학생은 느는데 정부는 저출산을 대비한답시고 교원정원을 감축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일반계고 학급당 교원정원기준을 지난해 1.959명에서 올해 1.941명으로 줄였다. 일반계고 진학예정자가 지난해 11만 6345명에서 올해 12만 9949명으로 1만 3000여명이나 늘었는데 말이다. 당연히 지난해 각 지역교육청별로 34, 35명이던 신입생 학급별 배정 정원이 올해는 대부분 38, 39명으로 급증했다.
서울 잠실여고의 한 교사는 “신입생이 지난해 17학급에서 16학급으로 한 학급 줄었는데 학생수는 595명에서 624명으로 늘어 학급당학생수가 35명에서 39명으로 껑충 뛰었다”며 “학생이 받는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저출산으로 인한 장기적인 학생수 감축을 반영해 교원을 미리미리 감축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라고만 설명했다.
학교 시설 환경이나 사교육 여건, 진학 상황 등이 좋은 학교로 학생이 몰리는 지역 내 쏠림 현상도 과밀학급을 조장한다. 서울 목동 지역 등이 대표적인데 주변 전역에서 유입되는 학생들 때문에 이 지역 5개 중학교는 학년 당 16~18학급에 학급당학생수도 47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런 지역의 과밀학급 해소는 더욱 어렵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런 곳만 자꾸 교실 지어주고 교사 배치해 주면 점점 더 커지고 인근 학교는 공동화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육부는 과밀학급 발생의 주요인으로 학교용지확보비를 연체하는 지자체의 무책임을 꼽는다. 학교용지확보특례법에 따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1조 4000억원(2000년~2005년분)을 아직까지 미납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는 “학교 신축의 60~70%가 인구 유입으로 인한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지자체는 막대한 취득세, 등록세 등의 수익을 내면서도 학교신설에 필요한 용지비조차 내지 않고 있다”며 “교원충원에 필요한 예산이 학교 짓는데 들어가다 보니 과밀학급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과소학급도 증가=학생들이 빠져나간 지방, 농어촌 지역 중고교는 정반대로 20명 이하 소규모 학급이 늘고 있다. ‘학급양극화’ 현상도 점점 뚜렷해지는 것이다.
중학교의 경우 20명 이하 학급이 전국적으로 2004년 2306개에서 2005년 2519개로 늘고, 2006년에는 2688개로 되는 등 매년 200개 정도 증가하고 있다.
시도별로는 강원도가 178개에서 206개, 215개로 늘었고 충북은 115, 132, 135개, 충남은 180, 200, 196개, 전북은 291, 295, 299개, 전남은 346, 379, 404개, 경북은 360, 368, 387개, 경남은 235, 256, 287개다.
고교도 2004년 611개던 20명 이하 학급이 2005년에는 727개로, 2006년에는 874개로 2년새 200개 가까이 늘었다.
시도별로는 강원이 2004년 82개에서 2006년 103개로 증가했고 충북은 13개에서 20개로, 충남은 16개에서 36개로, 전북은 45개에서 62개로, 전남은 64개에서 66개로, 경북은 68개에서 77개로, 경남은 41개에서 68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결국 학교통폐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학교구성원들의 불안감과 이농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전문가들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개선에도 불구하고 과밀, 과소학급이 늘어나는 학급양극화 현상이 초래되면서 우리 학교 전체의 교육력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