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교육대통령 핵심덕목은 투자의지"

2007.04.19 09:14:49

◆기조연설

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중에 자력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하고 국민소득 만 불의 경제적 성취를 이룬 나라는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둘 뿐입니다. 둘 다 교육을 통해 국가발전을 성취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으로 흥한 대한민국이 향후 60년간 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냐는 데는 회의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창립 60주년을 맞는 교총이 교육대통령이 필요하다는 표어를 내건 것은 시의적절 합니다.

교육대통령이 갖춰야 할 3대 요소는 첫째, 지식기반사회를 끌어갈 교육의 품질 제고이며 둘째, 질 높은 교육을 구현할 획기적인 투자의지와 실행 그리고 셋째, 교육 정상화 실현입니다. 고1까지는 PISA 평가에서 세계 2, 3등을 하면서도 고2, 고3을 지나 대학으로 가면 형편없이 곤두박질치는 교육현실은 정상이 아닙니다. 지덕체 함양이 목표인 초중등 교육이 현실 속에서는 입시준비기관으로 전락한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국민 모두가 교육에 일가견이 있고 이해당사지인 만큼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교육개혁이 아닌 사회적 ‘교육대협약’을 맺는 것이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에 대한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내 대협약을 통해 교육정상화, 획기적인 교육투자, 최고 품질의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말로는 간단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몇 년간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수 십 개국 학교를 찾아 시사점은 얻기도 하고, 지난 몇 달은 중소기업 근로자, 도시빈곤층, 자영업자, 농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이들에게 교육이 삶의 족쇄가 되고 철거민동네에서도 학원비가 한숨과 눈물을 자아내는 모습을 봤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적 대협약을 통해 60년을 이어온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보고 싶습니다. 시스템 변혁의 골자는 현행 입시제도를 이대로 존치하고는 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에서 고3까지 대학에 가는 것이 교육의 목표로 모아지는 현실의 혁파 없이 단순히 수능, 내신, 논술 방법의 변화만으로 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한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대학입시를 폐지하고 일정한 수학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도록 학제 개편이 필요합니다. 초등 6년을 5년으로 단축하고 고등지식을 위해 4년제 대학을 5년제로 개편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대학을 2년 과정의 교양과정과 3년 과정의 본 대학으로 나눠 교양대학 2년 동안 집중적인 기초교, 전공교양을 학습하고 본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본대학은 이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과 자치로 선발하고 교육할 때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것을 입시의 연장으로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만 미성년 시기, 자신의 진로에 대해 사리분별이 성숙하기 전에 입시교육에 내몰리는 것보다 교양대학에서 전공을 심화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본대학에 진학하는 게 더 인간적이며 중등교육 정상화나 사교육 경감,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와 교육격차 해소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 방안이 다소 과격하기도 하고 스스로 지고의 개혁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것으로 논쟁을 촉발해 차기 정부 5년 동안 교육정상화의 길을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태산을 옮기는 일과 같다는 교육학자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합의하면 태산도 옮길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한다면 태산도 옮겨보겠다는 결의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교총의 현안인 무자격 교장 공모제와 교원평가제 도입, 공무원 연금제도 개악 등에 대해 회장님으로부터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교총의 견해에 반대할 것이 없습니다. 구체적 정책 현안에 관해서는 합리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토론한다면 얼마든지 절충점과 대안이 만들어질 거라 봅니다.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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