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해지는 교권 침해, 과도한 체벌, 학생간 폭력으로 교육현장의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원, 학생의 올바른 교육권과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보호할 환경개선과 법제 정비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한국교총과 한나라당 김충환․이군현 의원이 공동개최한 ‘학생 및 교원의 교육권 보호’ 토론회는 바로 그 대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교육활동보호법 제정에 공감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놨다. 교총은 9월까지 가칭 ‘학생학습권 및 교원 교육권 보호를 위한 법률안’을 마련해 공청회 등을 거쳐 의원입법을 추진하고 대선주자 공약과제로도 제시할 계획이다.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부터”
▲제1주제발표 - 표시열 고려대 교수
교총이 2006년 발표한 교권 침해 현황에 따르면 폭행, 협박 등의 부당행위로 인한 사례가 89건(49.7%)으로 가장 많았고 학교 안전사고가 33건(18.4%)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지도와 체벌, 학교폭력, 안전사고 등과 관련돼 있다.
결국 교원의 교육권, 나아가 학생의 학습권이 위협받는 가장 중요한 현안은 학교환경의 안전성 결여에 있다. 이와 관련 정부와 학교가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부터 나서야 한다. 체벌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고 교원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도 최대한 억제해야 하며 안전공제회가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학교가 사고보험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정부는 학교안전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안전망 구축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교총이 제안한 바 있는 △교권보호위 설치 △교원․학부모․학생간 권리․의무․책임 등에 관한 협약 제시 △교원배상책임보험 의무 가입 △교육청별 교육분쟁조정위 설치 및 교권전담 변호인단 운영 △1학교 1변호사 제도 도입 △사립 고충처리심사청구제도 도입 △교권보호법(가칭) 제정도 신중히 검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권보호법 제정은 기존 관련법규와의 관계를 검토하고 외국 사례도 분석해 실효성 있는 규범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존경받는 교권은 교사의 실력에서 나온다고 본다. 따라서 교원의 양성, 자격, 임용, 연수를 통해 스스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수 증원, 교육과정 상 자율권 강화, 잡무 경감 등 정부의 획기적인 교육환경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별법화…무고죄는 가중처벌
▲제2주제발표 - 남기송 변호사(교총 상임법률고문)
교총에 따르면 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로 인한 교권침해가 2001년 12건, 2003년 32건, 2006년 89건으로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교육부도 지난해 교원사기진작대책을 발표 △교육청별 법률지원단 구성 △안전사고보상법 제정 △학교별 상담․민원창구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청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선 실효성 없는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을 수정․보완해 교권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교권보호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가칭 ‘학생교육및교원의교육활동보호법’은 타 법률보다 우선 적용효력이 있는 특별법으로 규정하고 교육주체 간 권리, 의무, 책임 등에 대해 그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각 시도 및 시군구 교육청 별로 교육분쟁조정위를 설치하고 그 결정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원 연수를 규정하고 연수내용에 심화된 각종 법률관계(민형사 등)에 관한 사항도 충분히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안전사고 시 교원보호 규정을 둬 학교안전사고보상법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교권침해사범에 대해서는 엄벌하되, 무고성 민원에 대해서는 형법상 무고죄 형벌에 대한 가중 처벌을 규정해야 한다. 또 경찰서(청)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교권보호위의 설치 및 권한 내용 등을 규정해야 한다.
교육내용․방법․평가규정 담을 때
▲토론1 - 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교원, 학생의 교육권 신장을 위한 법제 정비의 범위는 이제 교육의 내용과 방법, 평가에 까지 확장돼야 한다.
우선 학생들의 교육권과 관련해서는 ‘올바르게 교육받고 올바르게 평가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자신의 희망과 의지가 존중되고, 합리적으로 구성되고 법적으로 승인된 교육과정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교육받을 권리와, 그리고 자의적이고 부당한 기준이 아닌 사전에 합리적, 법적으로 승인된 평가기준에 의해 평가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의하면 50%의 교원들은 평가의 목적을 ‘교육목표에 대한 실제 성취도 파악’이라고 답하면서도 ‘실제’ 평가시의 목적에 대해서는 53%가 ‘진학자료 작성용’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교육활동보호법 제정 시 이에 대한 권리 보장이 명문화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원도 ‘올바르게 가르치고 평가할 권리’가 보장되도록 법제 정비 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정부의 교권침해부터 막아야
▲토론2 - 배종학 한국국공립초중고교장협의회장
무엇보다 정부와 교육당국의 교육관과 거기서 뿌려진 정책들이 교단 갈등과 교권 침해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더욱 요구된다.
사학법은 사실상 개방형자율학교인 사학의 교육권을 옥죄고 있고, 직영만 강조하는 학교급식법의 개정으로 학교는 보육마저 책임지게 됨은 물론 교원들은 돈 주고 먹는 밥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지게 됐다. 교육자치 말살로 학교교육을 정치에 예속화시키고 무자격 교장을 학운위가 뽑도록 공모제를 도입해 학교를 정치장화, 파벌화시켰다.
이 모든 것들은 교직의 전문성을 경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으로써 교권을 땅에 떨어뜨렸고 결국 학생의 교육권도 위협받게 됐다. 교육활동보호법 제정에 앞서이런 규제 일변도의, 교육권 침해법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말아야 한다.
합리적 의사소통구조 마련을
▲토론3 - 송인정 학운위총연합회 상임공동대표
법의 힘을 빌려 교사의 권위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가르칠 권리를 충실히 이행하고 그 의무를 다할 때 권위는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신념을 갖고 묵묵히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교사들은 권위를 지켜달라 조르지 않는다.
‘사랑의 매’라는 얼토당토않은 정의를 갖다 붙인 체벌은 금지해야 한다. 체벌로 통제하기보다는 가슴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체벌 없인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그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또 교사에게 수업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그 수업에 대해 평가받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 학생, 학부모 간 합리적 의사소통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불법적인 통로를 통한 불만 표출이 교권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말이다.
구속력 있는 법이 돼야 한다
▲토론4 - 정현승 충남 인주중 교사
교육활동보호법은 프로그램적이고 당위적이며 선언적인 규정이어서는 안 된다.
교원예우에 관한 법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은 모두 ‘~마련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지원할 수 있다’는 식의 규정이어서 실행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그로 인해 오히려 교사들의 업무만 가중시킨 전형적인 법률이다.
교육활동보호법은 자유재량 규정보다는 기속규정으로 규정돼야 한다.
또 교권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벌금, 과태료 같은 재산형보다는 징역이나 금고, 구류 등의 자유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학생과 교원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법제 정비와 더불어 학생, 학부모의 의식전환,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 정부와 교육당국의 지원행정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질 때 교육권이 확보될 수 있다.
학교담당 변호사제 도입할 만
▲토론5 -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
교권 확보를 위해 실효성이 부족한 교원예우에관한규정을 보완해 법률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지, 아니면 교원지위법 개정이나 학생의 교육권 보호까지 포함한 ‘학생교육및교원의교육활동보호법’ 제정으로 할 지는 다각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교육청별 교권전담변호인단 운영과 1학교-1변호사 제도 운영도 필요합니다. 미국에는 학교담당 변호사제도인 ‘School Attorney’ 제도가 있습니다. 전국에 관련 변호사가 3000여명 있고 본부는 매릴랜드주에 있습니다.
덧붙여서 교권 혹은 교육법 문제가 터졌을 때는 교육법학자들의 참여도 제도화되기를 희망합니다. 변호사와 다른 측면에서 학계의 참여는 문제해결의 전문성과 합리성 도모에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청 단위의 교육분쟁조정위 설치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 다만 학교에도 따로 두기보다는 학운위 소위원회로 통합하는 게 좋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