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평등이념 버리고 교원을 개혁주체로

2007.07.26 13:20:50

‘좋은 교육 바른 정책을 위한 차기 정부의 과제’ 토론회
한국교총.좋은교육바른정책포럼 주최


참여정부 5년은 교육정책의 지나친 평등이념과 비타협적인 추진에 교육현장이 갈등만 겪은 ‘답보한 5년’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최고급 두뇌의 육성, 즉 수월성 교육을 조화롭게 강화하고, 초당적․초정권적 정책 수립과 교원을 개혁 주체로 세우는추진으로 교육강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정권 말기 ‘교육 레임덕’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20일 열린 토론회는 바로 ‘다음’ 교육을 준비하는 자리였다. /편집자

특목고․자사고 등 명문고 100개 육성
수능 폐지, 대학 자율 전면 허용해야



▲주제발표 - 곽병선 경인여대 학장
참여정부 5년은 교육갈등으로 답보한 5년이다.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형평성’ 추구인데 이것이 소외 계층의 교육형평성만을 강조하면서 갈등을 낳았다. 그 대표적 예가 고교내신제와 수능 과외방송이다.

고교내신 9등급제는 실제하는 학교간, 학생간 학력차를 인정치 않는 한국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정책이다. 과학고, 영재고와의 차이는 당연하고, 최고급 두뇌 육성을 위한 선택적 지원은 불가피함을 인정해야 한다. 열세 지역․학교의 교육력은 우수교원 배치, 지원 확대를 통해 제고해야 한다. 또 수능 과외방송은 국가가 앞장서 학교 교육을 무력화하고 창의성 교육을 억누른 정책으로 근본적으로 재고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참여정부 하에서의 교육 갈등은 내신 문제나 사학법 사태에서 보듯 이해 당사자들과의 대화와 타협에 소홀한 채, 형평성에만 편중한 데서 생겨났다. 그러면서 국정지표로서 교육의 국제경쟁력 수준을 어디까지 견인해보겠다든지, 이를 위해 교육혁신의 지향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은 없다.

그러함에도 무한경쟁시대 초일류를 지향해야 할 국정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이다. 인적자원이 유일한 상황에서 교육은 생존에 직결된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교육강국을 건설해야 한다. 2010년대 초반까지 국가 교육경쟁력을 10위권으로 올리기 위해 10개 이상의 대학을 세계 100위권 내에 진입시키고, 100개 이상의 명문고를 육성해야 한다. 특목고, 자사고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초당적 심의회를 구성해 합의안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지방교육자치와 학교 자율을 확대하고 책무성은 강화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지방 정부에 이양하고 학교장에게 인사, 재정, 교육과정 편성권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 동시에 학교별 만족도, 교육성과를 평가하고 공개해야 한다.

입시제도는 수능시험을 폐지하는 등 획기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대신 학생의 교과발달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절대평가 방식의 수시 평가를 실시해 수업 개선과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고교 교과목별 최종 이수단계 평가는 전국단위 학력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반영하는 방법도 추진할 수 있다. 대학자율은 전면 허용해야 한다.

아울러 대입은 쉽게 하고 졸업은 어렵게 하는 제도개선을 통해 힘들고 고달픈 학업은 대학에서 하고 고교까지는 창의성, 상상력 교육을 진흥시켜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를 25명 이하로 지속 감축하고 저소득층, 소외 지역의 진학을 돕는 지역할당제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취약 지역에 유능한 교사들이 장시간 헌신하도록 보상책을 마련하는 등 교육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토론

교원평가안 다시 마련해야


△권순환 서울 현대고 교사=교권 추락으로 인한 무기력과 지도 기피는 결국 학습권 침해의 요인이 된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우선 교원지위법 등을 개정해 교원들이 존중받도록 해야 한다. 정책을 추진할 때도 현장 교원을 무시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부족한 교원이 있을 수 있다. 그 점에서 교원들도 당당히 평가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불합리한 평가는 되레 정략적으로 호도되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 시범운영을 충분히 하면서 학교 교육여건을 개선한 후 합리적인 평가 안을 마련해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최근 개정된 승진규정안은 농어촌 교육을 황폐화하고, 근평을 10년으로 늘려 교원들을 옥죄는 것으로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재개정돼야 한다. 오히려 승진 과열을 해소하려면 수석교사나 전문교사 제도의 시행을 앞당겨야 한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책무성 강화, 평준화 전면 재검토, 초정권적 교육제도 보장도 과제다.

‘대학교부금’법 제정 필요


△이군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명박 후보의 교육본부장으로서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교육정책은 이렇다.
우선 만5세아까지의 교육을 무상화하고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개칭해야 한다. 유아 특수교육도 의무교육화 하고 교육부 예산대비 특수교육비를 4.0%로 끌어올려야 한다.

학군 광역화와 같은 방법으로 학교선택권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려주어야 하며 특성화고, 특목고 확대로 평준화를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에게는 학생선발권을 완전히 돌려주어야 한다. 현재 영재교육 대상자는 수학․과학에 편중돼 전체 학생의 0.5%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다양한 분야로 넓혀 3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주기적인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학교선택권을 확대해 책무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 취약지역, 계층에 대한 지원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부족한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교육여건 평준화’다


△정봉주 무소속 국회의원=GDP 6% 공약을 지키지 못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
차기 정부에는 교육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대통령을 세워야 한다. 손학규 후보의 교육공약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오늘 발표 내용이 적극 포함될 것이다.

먼저 차기 정부는 현행 평준화 정책을 넘어 ‘포스트 평준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는 현재 ‘무시험추첨배정’ 수준에 머문 평준화를 ‘교육여건 평준화’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특목고 확대를 평준화 보완정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본질적으로 이들 학교가 입시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 보완책이 아니라고 본다.

고등교육 질 제고를 위한 재정 확충 역시 중요한 과제다. GDP 4.8%의 교육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현재 영유아 교육이 2개 부처로 분리돼 있는 것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교사를 개혁 주체로 세우라


△이경희 서울영림초 교장=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타협과 설득의 산물로 보기 어려울 만큼 균형 감각이 많이 부족했다. 그 결과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하락하고 교권과 사기도 실추됐으며 전문성은 무시됐다. 이 점에서 차기 정부는 교사에게 사기와 자신감을 높여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것은 정책추진에 있어 교사를 교육개혁의 주체로 인정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가능한 일이다. 국가나 정부에 의해 전면적, 외압적, 단기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말고 교사의 참여로 정책을 수립하고 교육의 전문성을 인정해 장기적,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양극화 해소와 이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는 차기정부에서도 핵심과제가 돼야 한다.

재정지원 미끼로 규제 말아야


△신태진 연세대 교수=미비한 대학교육․연구 여건의 향상을 위해 불필요한 제반 규제는 완화하되 행․재정적 지원은 안정적,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내신논란에서 보듯 교육당국은 오랫동안 재정지원을 명분으로 대학의 학칙 및 학생선발과 교수 임용, 학사 등 대학 운영 전반의 자율권을 위축시켜 왔다. 물론 교육에 있어 학생, 학부모, 학교, 정책 당국 등 교육 이해주체의 다양한 견해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정치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조건 아래 재정지원은 확대돼야 한다’는 해외 대학 총장들의 견해는 대학과 정부 관계를 설정하는 가이드라인이다.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주자


△고귀선 전국학운위총연합회 사무총장=급변하는 세계에서 국가의 생존은 글로벌 인재 육성에 달려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상용화 하고 토론수업과 독서교육, 리더십 교육, 글로벌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공교육의 성공은 우수한 교사진에 달려 있다. 석사 이상의 학위와 열정을 갖춘 교사를 배치하고 교사도 평가를 받아 부적격자는 퇴출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줘 각 학부가 독자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에 박차를


△성철환 매일경제 논설위원=자율, 경쟁, 개방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교육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공교육의 신뢰 제고를 위해 우선 교원들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학생, 학부모도 평가에 반드시 참여하고 그 결과를 인사와 급여에 반영해야 한다. 성과급의 차등 폭도 확대해야 한다. 교사가 노력하지 않는데 학생이 존경할리 없다.

대학 구조조정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회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학과 통폐합이 과감히 진행돼야 한다. 학과 이기주의에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사회 수요를 반영한 정원 조정 등이 필요하다.

교육재정 6% 실현해야


△김선희 한국노총 정책국장=가장 시급한 문제는 과도한 학급당 학생 수다. 이를 25명 정도로 감축하기 위해 교원을 확충하고 교원 정년도 늘려야 한다. 교원의 자질향상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전공 관련 재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에게는 인센티브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교육재정 확대가 필수적인데 GNP 6%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조세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즉, 교육목적세 신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세금을 조금 더 내면 사교육비를 더 많이 줄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조성철 chosc1@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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