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첫날인 6일 남측 교원들은 모란봉 제1중학교 강당에서 300여명의 북측 교원들과 함께 상봉대회를 가졌다. 3년 만에, 그것도 분단 이후 처음 평양에서 열리는 행사라 북측 교원들은 대회장인 2층 강당 난간에 도열해 열렬한 박수로 마중했다.
운동장에서 배드민턴과 농구를 즐기던 100여명의 학생들도 일제히 손을 흔들며 환영인사를 건넸다. “북조선 학생들은 희망하는 누구나가 방과후 과외교양에 무료로 참여하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고 자랑한 김영식 교장은 “학생 수 1000명에 교원이 100명이며 교원 중 30퍼센트는 1급 교사”라고 학교를 소개했다.
이어 “우리 학교는 2006년 미 장갑차에 목숨을 잃은 효선․미선 양을 명예학생으로 등록시키고 졸업시킨 학교”라며 명패가 놓여진 교실로 곧바로 안내했다.
외국어와 과학 과외수업도 참관이 이뤄졌다.
평양시 모란봉 구역 ‘제1고등’(수학․과학 관련 수재반이 있는 학교. 평양시내 17개 구역과 군마다 1개씩이 있다) 중학교답게 학생들의 수준과 교육내용은 높았다. 교사와 유창한 영어회화를 주고받는 모습이나 ‘이온 반응’ 실험에 열중인 학생들의 모습이 꽤 진지하다. 4학년 박수정 양은 “수업을 실험 위주로 해 이해가 쉽다”며 시험관을 흔들어 보였다.
정규 수업도 아니고, 준비된(?) 과외수업이었지만 북측 교실과 수업을 처음 본 우리 측 교원들은 캠코더와 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북의 교과서를 훑어보고 꼼꼼히 메모하는 교원들은 우리 수업과 비교하며 벌써 통일 대비 수업방법을 구상하는 듯했다.
30분간의 짧은 ‘학교탐방’을 마친 교총, 전교조 교원들은 곧장 강당으로 향했다. 이미 자리한 북측 교원 300명의 박수와 조선가요 ‘반갑습니다’가 울려퍼지며 상봉대회는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남북 교원단체 대표들은 연설을 통해 교원 교류 확대와 학교 통일교육 실천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김성철 교직동 위원장은 “북남 교육단체가 활동조건이나 환경이 같지 않고 성격과 견해도 다르지만 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하나”라며 “외세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이루고 우리 제자들을 통일조국 건설의 역군으로 키워내자”고 강조했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우리가 6․15 공동수업의 공동실천을 통해 이루고자 한 것은 ‘우리 민족끼리’ 정신의 실천”이라며 “오늘 모임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다짐케하는 뜻 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원희 교총 회장은 “평화와 통일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고, 남과 북의 교육자들이 그 선봉에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남북교원단체 교류 정례화와 통일교육에 대한 남북 교원 학술모임 개최, 그리고 수학여행 등을 비롯한 학생 교류에 나서자”고 거듭 촉구했다. 아울러 “11월 60돌을 맞아 교총이 주최하는 전국 교육자대회에 김성철 위원장과 북 교육동지들을 정식으로 초청한다”며 ‘서울상봉’을 제안해 박수를 받았다.
◆제1고등 중학교는=수학, 과학 수재반이 있는 학교다. 수재반 학생들은 매해 시험을 쳐 잔류가 결정된다고 한다. 수재반 졸업생은 군대가 면제된다니 학생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각 시(구역)와 군별 제1고등 중학교가 해당 지역 수재가 모인다면 이보다 더 수준 높은 학생들은 평양시 1고등에 간다. 전국 수재를 대상으로 한 광역 선발 학교다. 이 곳은 합숙학원으로 방학 때나 일주일에 한번 집에 갈 수 있다.
북측의 한 민화협 관계자는 “80년데 초반부터 1고등 수재반을 두기 시작한 만큼 영재교육이 다소 늦게 출발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고등 학생들은 김일성 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 등에 진학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