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자체들이 학교를 상대로 사실상 수돗물 장사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급식, 실험실습, 체육활동 후 세면 등에 사용되는 ‘교육용수’가 ‘업무용’으로 분류되면서 가정용보다 2~3배나 비싼 요금을 물고 있다.
이 때문에 교수-학습활동에 쓰여야 할 학교운영비가 잠식되면서 각 시도교육청은 수도료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지자체들은 “우리도 적자인데다 학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며 거부하는 상태다.
▲현황=현재 상․하수도료는 특별․광역시의 경우 특별․광역시장이, 도는 시장․군수가 ‘수도급수조례’ ‘하수도사용조례’로 정하게 돼 있어 요금체계가 제각각이다. 보통 가정용, 업무용, 영업용, 욕탕용, 산업용으로 구분돼 사용량에 따라 1~5단계 누진 요금이 적용돼 더 복잡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학교 상하수도료 부과기준을 ‘업무용’(일부는 일반용으로 구분)으로 설정해 가정용보다 2~3배나 비싼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점은 거의 똑같다. 일반적으로 가구당 월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20톤 미만(지난해 서울은 17톤)이라 가장 싼 가정용 1단계 요금(톤당 320원~860원)을 적용받는 반면, 학교는 15학급만 돼도 월평균 300톤 이상을 써 가장 비싼 업무용 3~5단계 요금(톤당 680원~1900)을 적용받는다.
이런 기준으로 지자체별 수도료를 살펴보면 울산은 톤당 상수도 요금이 가정용은 560원인데 반해 학교는 1320원으로 2배 이상 비싸고, 광주는 가정용이 380원인데 일반용이 1080원이어서 3배나 된다.
제주도도 가정용이 톤당 400원인데 반해 업무용인 학교 수돗물은 1610원으로 4배 이상 비싸고 충북 청주시는 가정용이 410원인데 반해 일반용이 1900원으로 5배 가까이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매년 조례를 고쳐 수도료를 높이고 있어 학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올 3월 조례를 개정한 광주는 업무용․영업용을 일반용으로 통합하면서 학교 수돗물 요금이 자연스레 5% 이상 높아졌다. 이 때문에 효덕초(55학급)는 작년 5월 170만원이던 수도료가 올 5월에는 195만원으로 뛰었고, 어등초(44학급)도 195만원에서 223만원으로, 매곡초(41학급)도 144만원에서 159만원으로 부담이 커졌다.
경기도도 1774개 학교가 지난해 171억 8000여만원의 수도료를 내는 등 매년 5~10%이상 요금 부담이 늘고 있고, 충남지역 학교들은 평균 수돗물 요금이 학교운영비의 10%에 달해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상태다.
충남교육청의 관계자는 “36학급 인문고의 경우 연 수도료가 4500만원에서 6000만원이나 나와 학교운영비의 10%에 달한다”며 “결국 교재교구 구입이나 학생들에 대한 교육복지 예산이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 인하요구=광주시교육청은 지난 7월 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시의회에 공문을 보내 수도료 인하를 위한 조례 개정을 요청했다. 현재 톤당 1080원인 요금을 업무용 1단계 요금인 490원으로 내려달라는 내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005년 경기 부천시가 최초로 누진세를 폐지해 일반용 1단계인 690원을 적용한 것처럼 어려운 학교재정을 감안해 달라”고 촉구했다.
군포의왕시교육청도 최근 해당 지자체에 조례개정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교육청은 “조례 40조 1항에 따르면 공익상 필요한 경우 감면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학교는 개방돼 주민들도 사용하고 있고 가장 공익적인 교육활동에 물이 쓰이는 만큼 감면이 정당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는 회산을 통해 “관청, 군부대 등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볼 때 학교만 예외일수 없다” “향후 수도료 인상시 가정용 요금 현실화율을 감안해 조례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전향적인 지자체들=대부분의 지자체가 학교수도료 감면에 소극적인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비교된다.
2005년 일반용 1단계 요금으로 낮춘 부천시를 필두로 대전과 인천은 올 6월 조례를 개정해 각각 업무용 2단계 요금인 톤당 710원, 800원을 적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각각 880원, 970원을 적용했었다. 20% 정도 감면 효과가 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충남과 경남도다. 교육감, 교육장, 지자체장이 ‘교육사랑협의회’를 열며 합심한 충남은 이미 16개 시군 중 7개 시군이 인하 작업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당진군은 8월부터 부과요금의 50%를 감액해 주고 있고, 아산시와 보령시도 50% 감액 조례를 입법예고하거나 발의한 상태다. 또 태안․금산․홍성․부여군은 업무용 1단계 요금으로 인하하는 조례를 역시 입법예고 중이다. 약 38%~45%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7개 시군의 조례 개정이 마무리되면 약 5억 7천만원의 수도료가 절감된다”며 “올해 안에 4개 시군을 더 설득하고 내년에는 모든 시군이 동참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총 20억원의 예산을 절감해 교육비로 쓸 수 있게 된다.
경남 거창군도 5월 조례를 개정해 학교 부과요금의 50%를 감액해 주기로 했고, 합천군은 6월 조례를 개정해 업무용 1단계로 적용하고 있으며 진해시는 업무용 1단계 적용 내용으로 입법 예고 중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지자체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육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큰 결과”라며 “타 시도, 타 시군의 조례 개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